정부가 취업규칙 변경 및 일반해고 요건 완화를 위한 지침 마련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정부는 ‘충분한 협의’를 거치겠다는 입장이지만 노동계에서는 일방추진에 대한 우려가 높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9일 한국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에 ‘취업규칙 변경 및 근로계약 해지 기준과 절차를 명확화하기 위해 논의를 하자’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은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혔으나 고용부는 11일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전문가 토론회를 열어 지침 마련을 위한 공론화 작업에 돌입했다. 당시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연공서열 중심의 인력운영 방식을 직무능력 중심으로 전환하고, 법원 판례 등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직무능력 평가 기준을 제시하고, 직무능력을 재교육·직무재배치·해고 등 인사관리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대 노총은 즉각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같은 날 논평에서 “일방적 지침 시행 수순에 들어간다면 이는 정부 스스로 노사정 합의를 파기한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오는 16일 총파업과 19일 3차 민중총궐기 집회를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노동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용부는 이르면 다음주 중 취업규칙 변경과 관련해서도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고용부는 노사정 합의대로 ‘협의’에 중점을 두고 치침 마련 과정에서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겠다는 입장이지만, ‘협의를 통한 합의’가 불발될 경우 기간·파견제법처럼 독자추진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노사정은 기간·파견제법에 대해 공통실태조사 등을 통한 의견수렴 절차 후 합의 내용을 법안에 반영하기로 합의했으나, 고용부는 노동계의 비협조와 합의 무산을 이유로 원안 처리를 추진하고 있다. 고용부는 당사자 간담회 등 의견수렴을 충분히 거쳤으므로 절차상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노동계는 이번 양대 지침을 놓고도 정부가 토론회 등 ‘형식적 협의’를 명분으로 일방 추진할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용부가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에 맞춰 이달 중 양대 지침 마련을 마무리 지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국회에 제출된 노동개혁 5법도 입법에 차질을 빚고 있다. 야권이 기간·파견제법에 반대하는 상황에 정부·여당은 5대 법안을 일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12월 임시국회 과정에서도 진통이 예상된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에서 원유철 원내대표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심각하게 노동법 개정안 처리와 관련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