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성문기자] 미국의 월스트리트(금융시장)가 느끼는 경제와 메인스트리트(실물경제)가 느끼는 경제의 갭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현지시간) CNN머니가 E-트레이드와 함께 투자자 1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2%가 미국 경제에 ‘C’ 학점을 줬다. 또한 15%는 이보다도 낮은 D와 F의 점수를 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최근 다수 월가 전문가들과 미 연방준비은행(Fed·연준) 관계자들이 미국 경제에 대해 자신감을 나타낸 것과 매우 상반되는 결과다.
앞서 한자리에 모였던 재닛 옐런 연준 의장과 벤 버냉키, 앨런 그린스펀,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은 일제히 미국 경제가 강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고 미국 경제에 거품은 없다고 평가했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 수석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마리앤 레이크 역시 CNN머니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고 특히 소비 경제가 견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CNN머니가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을 때 이들이 느끼는 경제는 전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주에 거주하는 59세 여성 제니 웨이스씨는 “현재 경제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지난 금융위기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고 말했다.
웨이스씨와 남편 역시 지난 금융위기 때 일자리를 잃었고 현재 재취업에 성공했지만 임금은 전 직장보다 더욱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웨이스씨는 “지난 몇 년간 임금은 거의 정체 수준이었지만 헬스케어 가격은 계속 올랐다”고 토로했다.
또한 일반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미래뿐 아니라 자녀 세대의 경제에 대한 우려감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CNN머니와 E-트레이드가 추가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50%가 넘는 응답자들이 “경제적으로 다음 세대는 우리 세대보다 더욱 어려울 것이다”라고 응답했다.
CNN머니는 이날 다우지수가 1만8000선을 돌파하며 2015년 7월 이후 최고가를 경신한 가운데, 이러한 결과가 나와서 아이러니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금융위기 이후 주식 시장은 다시 200%나 상승했지만, 미국 중산층들의 어려움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가정들의 월급 평균은 인플레이션을 적용했을 때 20년 전과 같은 수준이다. 지난 2014년 미국 가정들의 평균 월급은 5만3657달러인데, 이는 1996년의 5만3345달러보다 조금 높다.
아울러 또한 CNN머니는 이러한 현상이 도널드 트럼프나 버니 샌더스와 같은 비전통적인 후보들이 이번 대선 때 인기를 얻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앞서 CNN머니와 인터뷰한 웨스는 “솔직히 말하면 트럼프에 투표할지 알 수는 없지만 트럼프가 하는 말들이 끌리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우성문 기자 suw1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