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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세이)성적과 관계없는 '마리한화' 열풍
최하위 한화의 야구장밖 '아이러니'
입력 : 2016-04-20 오후 3:07:02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마리한화'는 지난해 김성근 감독이 한화 이글스를 맡으면서 생긴 별명이다. 30여 차례의 역전승을 거두는 등 중독성 강한 야구를 한다고 해서 붙은 말이다. 지난해 한국 시리즈 우승은 두산 베어스가 했지만 팬들과 언론에 가장 많이 회자된 건 분명 한화였다.
 
그런데 올해는 마리한화의 시대가 끝났다는 말이 나온다. 한화가 개막 이후 2승12패로 꼴찌인 10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몇몇 팬들은 '많이 화나'라며 이름값 못하는 선수들과 김성근 감독의 경기 운영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한화의 성적만 놓고 보면 야구 여론을 이끌던 지난해의 모습이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야구단이 아닌 모기업 한화의 입장에서 헤아려보면 마리한화의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성적이 좋으면 더할 나위 없겠으나 지금처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 자체도 나쁠 것은 없다. 지금까지 관중 추세를 보면 지난해 우승팀인 두산 베어스의 관중 수는 줄어들었으나 한화의 관중은 오히려 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냉정히 말해 모기업 한화가 야구단을 운영하는 목적은 '이윤 극대화'다. 성적이 중요한 팬들과는 조금 다르게 화제성만 유지해도 괜찮은 이유다. 사회공헌이라는 부분도 간과할 수 없으나 어쨌든 그것 역시도 결국은 모기업의 이름 알리기로 수렴된다.
 
가까운 프로농구만 보더라도 체육관 수입이나 기타 홍보 효과가 떨어질 경우 모기업은 과감하게 연고지를 바꾼다. 그와 더불어 프로농구연맹은 이따금 '버즈량'이란 걸 적극적으로 알리는데 이 안에는 시청률과 언론사 기사량부터 요즘엔 개인 SNS 언급횟수까지 넣는다.
 
'1등 프로스포츠'라 불리는 프로야구는 두말할 것도 없다. 버즈량에서 라이벌인 프로축구를 20배나 앞선다. 프로야구에서 인기 구단이 된다는 건 국내 프로스포츠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구단이 된다는 걸 의미한다. 팬들한테 한화는 곧 야구팀이지만 모기업 입장에서는 기업명을 대중에게 곧장 홍보하는 창구이기도 하다. 
 
마케팅의 척도인 시청률에서도 한화의 브랜드 파워가 입증되고 있다. 지난해 프로야구 팀별 시청률에서 한화는 단연 1위를 기록했다. 시청률 경쟁이 치열한 케이블 스포츠채널계에서 단연 '팔리는 구단'으로 분류됐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프로야구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경기가 6월13일 KIA와 롯데의 맞대결(1.9%)이었다. 그런데 올 시즌 한화 경기는 총 4번이나 2%를 넘었다고 한다. 스포츠채널에서는 통상 1%의 시청률만 넘어도 대박으로 분류된다.
 
'인기검색어' 순위에서도 한화는 확실한 자리를 차지했다. 한 포털사이트의 지난 3월 집계에 따르면 프로야구단 중 삼성 라이온즈에 이어 한화가 한 달간 검색 순위 2위를 차지했다. 언론사 기사 수 또한 한화가 다른 구단의 2배 이상은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스포츠 토토 수익금 배분 등을 위해 지난해 프로야구단 활동을 평가한 결과에서도 한화는 1위에 올랐다. 마케팅, 시청률, 중계권 수입, 관중 증가율 등을 따졌을 때 지난해 우승팀 두산을 제친 것이다. 이를 두고 "현장감이 떨어지는 평가"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어쨌든 야구장 밖에서의 한화는 한 단계 도약했다.
 
흔히 팬들의 관심 정도에 따라 프로스포츠 구단의 가치가 결정된다고 한다. 아무리 성적이 좋더라도 팬들의 사랑을 받지 못하면 프로스포츠 구단으로서 완벽한 성공을 거뒀다고 할 수 없다. 요즘 한화의 현실을 보면 더욱 이해가 쉽다. 끊을 수 없는 매력의 '마리한화'는 아직 그 가치가 유효하다. 역전승이든 역전패든 이야깃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한 스포츠마케터는 이를 두고 "노이즈 마케팅이라 보면 된다"고 했는데 틀리지 않은 말이다. 게다가 꼴찌에 있더라도 8회마다 육성으로 "최강 한화"를 외치는 팬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지난해에 이어 '이슈 메이커'가 된 한화를 보며 누군가는 구석에서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비록 성적은 지금 꼴찌에 있더라도 말이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최강 한화"를 외치는 팬들. 사진/뉴시스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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