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제주 바다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해녀들과 다이버들이 갈등을 겪고 있다. 해녀들은 다이버들 때문에 해산물 어획량이 감소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이버들은 해녀들이 입수를 막아 사업에 지장이 있다고 맞서고 있다.
이에 최근 서귀포시는 어촌계와 회의를 거쳐 서귀포항 동파제 일대를 유어장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다이버들에게 중재안으로 내놨다. 하지만 다이버들은 유어장이 생기면 해녀 등 어촌계원을 제외하고는 입수 때마다 일정 요금을 내야해 수익성이 악화 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특히 제주바다를 개인이나 특정단체가 소유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다이버들의 입수를 막고 있어 사업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31일 서귀포항 다이버 비상대책회의에 따르면 서귀포시와 어촌계는 해결책으로 서귀포항 동방파제 인근 유어장 설치를 제안했다.
유어장은 지난 2001년 해양레저 관광객 유치를 통한 어촌소득향상을 목적으로 도입됐다. 관광 유어장은 어촌계의 신청을 받아 마을어업·협동양식어업의 어장 50% 범위 안에서 지정되며, 유어장으로 지정되면 일정액의 입어료를 받고 제한적인 수산물 포획행위를 할 수 있다.
작살총을 소지한 유어객은 5만원 이내에서 입장료가 결정되며, 작살총을 소지하지 않은 다이버 교육생 혹은 사진촬영자 등은 입장료의 50%가 감면된다.
최근 어획량이 감소한 어촌계는 수익 보존 차원에서 유어장 지정에 대해 시와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녀들이 주축이 된 어촌계는 "마을 어장에서 성게와 소라 등을 채취하면서 생계를 꾸려왔는데 최근 다이버들이 늘어나면서 마을어장이 황폐화되고 있다"며 지난 25일부터 일주일째 진을 치고 다이버들의 입수를 막고 있다.
이에 다이버 측은 "최근 3년간 해경과 해녀들이 수시로 감시해 다이버들의 해산물 어획을 감시했지만 단속된 적은 단 한차례도 없었다"며 "해녀들의 시위로 제주를 찾았던 많은 다이버들이 안타까워하며 발길을 돌렸다"고 억울한 심경을 내비쳤다.
현장에서 다이빙샵을 운영하고 있는 김기봉(33세·남)씨는 "제주도는 동남아처럼 1년 내내 수온이 높지 않아 길어야 6개월 영업을 통해 1년간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며 "인근에 유어장이 있는데 추가 유어장 설치는 이마저도 운영 못하게 하겠다는 조치와 다를 바 없다. 해결책이 시급하다"고 토로했다. 서귀포항에는 이미 토평유어장이 운영 중에 있으며, 현재 제주도 전체적으로 9개의 유어장이 지정돼 있다.
이에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유어장 신청 및 지정 여부는 수산업법 65조(유어장의 지정 등)에 근거해 해당 지자체의 장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도 "바다는 특정 단체나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의 입장을 고려해 원만히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제주 서귀포시 관계자는 "어촌계에서 아직 신청이 없어서 서귀포항 동파제 일대를 유어장으로 지정하는 안은 진행되고 있지 않다"며 "현재 서귀포항 다이버 비상대책회의와 해결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최근 몇 년 사이 제주도에 국내외 관광객이 급증하고 귀어귀촌 형식으로 제주에 터를 잡는 외지인들이늘면서 현지 주민과의 갈등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제주도가 이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에 대해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25일 제주 서귀포항 인근에서 해녀들이 다이버들의 입수를 막기 위해 진을 치고 있는 모습. 사진/독자제보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