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성문기자] 이탈리아 로마에서 사상 최초로 여성 시장이 탄생했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로마 시장 선거 결선 투표에서 이탈리아 제1 야당 오성운동(M5S)의 버지니아 라지 후보가 67%의 득표율을 얻어 경쟁자인 로베르토 자게티 민주당 후보를 압도적으로 누르고 승리했다고 보도했다. 2500년 로마 역사상 최초의 여성 시장이 탄생한 것이다.
라지 당선인은 승리를 자축하는 연설에서 “동등한 기회라는 것이 마치 신기루와도 같아져 버린 로마에서 사상 첫 여성 시장이 탄생했다”면서 “나는 지난 20년간의 부실 정치를 끝내고 로마 도시의 합법성과 투명성을 재건해 모든 로마인의 시장이 될 것”이라며 포부를 나타냈다.
20일(현지시간) 로마 시장에 당선된 라지 당선인이 기자회견에 앞서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라지 당선인은 변호사 출신으로 지난 2011년에 오성운동에 입당했다. 2013년부터는 로마 시의원으로 활동했으며 교육과 환경 문제에 가장 큰 열성을 쏟았다.
라지 당선인의 승리에 대해 가디언 등 주요 외신들은 라지와 그의 당이 기성 정치와 부패에 지친 이탈리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앞서 로마 시장이었던 이냐치오 마리노는 공금 스캔들로 중도 사임을 해야했고 지난해 10월부터 로마 시장직은 8개월째 공석으로 남아있게 됐다. 특히 이 스캔들은 마피아 범죄 조직과도 연결된 것으로 알려져 로마인들 사이에서 부패에 대한 분노가 커졌다. 이뿐 아니라 기존 정치권은 국민에게 대중교통과 같은 기본적인 공공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해 국민의 불만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태다.
이런 가운데, 라지 당선인의 선거 슬로건은 '이제 로마가 변할 때'로 부패와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라지 당선인이 소속된 오성운동 역시 '깨끗한 정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지난 2009년 코미디언 베페 그릴로에 의해 창설된 이 당은 국민의 큰 지지를 얻어 지난 2013년 총선에서 25%가 넘는 의석을 획득했다. 또한 오는 2018년에 있을 이탈리아 대선에서도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라지 당선인의 캠페인과 오성운동의 이미지가 좋은 시너지를 내며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아울러 변호사 출신의 논리적인 언변과 호감형 외모 역시 개인적인 매력도를 높여 유권자들에게 인기를 얻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라지 당선인은 젊은 세대뿐 아니라 기성세대에서도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다만 가디언은 일부 이탈리아 시민들은 오성운동이 시위를 너무 자주하는 정당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이것을 풀어나가는 것이 숙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라지의 당선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뜻하는 브렉시트를 부추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오성운동이 EU의 긴축조치 등 전반적인 EU의 정책과 과 관련해 불만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브렉시트가 현실화된다면, 이탈리아 내에서도 EU 회의론이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시되고 있다고 외신들은 덧붙였다.
우성문 기자 suw1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