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성문기자]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재정 적자를 기록했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OPEC의 연간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해 OPEC 회원국들의 전체 재정적자가 996억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2381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던 2014년보다 크게 악화된 것이다.
OPEC 회원국들의 전체 재정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지난 1998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1998년의 경우에는 아시아 금융위기로 아시아 경제가 크게 휘청거렸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사이에서는 시장 점유율 경쟁이 심화되면서 당시 국제유가는 배럴당 10달러까지 추락했었다.
이후 2014년 중순 배럴당 115달러를 뚫고 고공 행진했던 국제유가는 지난해 다시 공급 과잉 및 수요 부족 문제로 인해 급락세를 나타내며 올해 초 배럴당 20달러까지 떨어졌다.
그럼에도 OPEC 국가들은 어떠한 행동에도 나서지 않았고, 최근 들어서는 공급 과잉 문제가 해결되고 있다는 기대감에 국제유가는 다시 배럴당 50달러선까지 오른 상태다.
그러나 지난해 내내 이어진 국제유가 하락으로, OPEC 회원국들의 석유 수출 수입도 크게 줄어들었다. 이 기간 석유수출국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45.8%하락한 5182억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2005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 기간 OPEC 회원국들의 시추작업도 크게 줄었는데 원유시추 기수가 60개 줄어든 887개를 기록했다.
특히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해 베네수엘라가 가장 큰 고통을 받았다고 WSJ은 설명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20%에 달했다. 베네수엘라는 최근 극심한 경제난으로 인해 생필품마저 살 수 없는 어려운 시간을 지나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지난 2월 베네수엘라는 가까스로 디폴트 위기를 면한 바 있다.
또한 OPEC내 가장 큰 힘을 가지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재정 역시 크게 악화됐다. 지난해 12월 사우디아라비아는 약 980억달러 규모의 재정적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GDP의 15% 수준이다. 이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는 올해 재정 지출을 14% 삭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럼에도 OPEC 회원국들은 국제유가 반등을 확신하며 아무런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날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 석유장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급과잉은 사라졌다”라면서 “결국 시장이 이겼다”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올해 국제유가가 어느 정도 상승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엇갈리지만, 올 초처럼 배럴당 10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올해 OPEC 국가들의 재정이 작년보다는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2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본부에 모여 회의하고 있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 사진/뉴시스
우성문 기자 suw1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