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성문기자]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일어난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에도 불구하고 미 상원이 총기 규제 관련 법안을 모두 거부했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이날 미국 상원이 총기 판매를 규제하는 내용의 4가지 법안을 놓고 투표를 했지만 모두 통과 조건인 60표를 얻지 못해 부결됐다고 밝혔다.
먼저 크리스 머피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총기구매자 신원 조회' 법안이 찬성 44표와 반대 56표로 결국 부결됐다.
미국에서 가장 강경한 총기규제주의자 중 한 명인 머피 의원은 필리버스터를 시작하며 백그라운드 체크 강화 등 강력한 총기 규제를 촉구했지만 결국 공화당의 반대로 법안이 부결됐다.
미국에서 가장 강경한 총기규제주의자 중 한 명인 크리스 머피 민주당 상원의원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미 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다이앤 파인스타인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테러의심자 총기구매 방지' 법안도 찬성 47, 반대 53으로 부결됐다. 파인스타인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에는 미국연방수사국(FBI)이 테러 가능성에 감시 대상으로 올린 사람들에 한해 총기 구매를 막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화당 의원들이 발의한 총기규제 관련 법안 2건 역시 모두 부결됐다.
찰스 그래슬리 공화당 의원은 총기 구매자 가운데 '정신의학적으로 불충분하다'라는 의미를 명확히 규정하고 총격 사건의 원인을 분석하고 요구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제시했지만 결국 찬성 53, 반대 47표로 부결됐다.
존 코닌 공화당 의원 역시 테러 가능성이 의심되는 사람들에게 72시간 동안 총기 판매를 보류하는 내용의 법안을 내놓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이것은 충분한 대책이 되지 못한다며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법안이 모두 부결된 것과 관련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빌 넬슨 플로리다 민주당 의원은 "이제 올랜도의 주민들에게 난 무엇이라고 이야기해야 하느냐"며 "슬프게도 전미총기협회(NRA)가 또 다시 승리했다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며 비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미치 맥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제기한 방법들은 모두 효과가 없는 것이었고 공화당은 미국인들을 테러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는 실질적인 해답을 원한다"고 말했다.
반면 NRA는 이번 규제 거절된 것과 관련해 공화당 의원들에게 감사함을 표하며 민주당 의원들을 공격했다. 크리스 콕스 NRA 산하 입법행동연구원 소장은 "오늘 미국 사람들은 미국의 당혹스러운 모습을 모두 목격했다"고 말했다.
올란도 총기 난사 사건 이후 미국 내에서는 총기 규제를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지만, 여전히 정치권의 대응은 제자리걸음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20일(현지시간) CNN과 ORC가 함께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총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들의 비율은 55%를 기록했다. 이는 코네티컷 뉴타운에서 총기 난사가 발생한 직후인 2013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주요 외신들은 이러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총기 구매율이 오히려 올라가고 있고 정치권 역시 뚜렷한 대응을 내놓지 않고 있어 실질적인 총기 규제가 매우 어렵다고 지적한다.
우성문 기자 suw1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