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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언제까지 돈에 양심을 팔 것인가
입력 : 2016-09-07 오전 6:00:00
양승태 대법원장이 6일 2006년 조관행 부장판사 비리 사건 이후 대법원장으로는 10년 만에 대국민 사과를 했다. 현직에 있는 김수천(57·사법연수원 17기) 부장판사가 정운호(51·구속 수감)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1억7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2일 구속된 것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그러나 그 전에도 돈에 눈이 멀어 ‘법관의 양심’을 판 사례가 있었다. 검사 출신인 최민호 전 판사는 이른바 ‘명동 사채왕’으로 불리는 사채업자에게서 사건 수사와 재판이 잘 되도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2억여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지난달 징역 3년이 확정됐다. 이번 ‘정운호 게이트’에서도 김 부장판사를 포함해 현직 판사 3~4명이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은 사법부가 그닥 미덥지 못했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서 사법부를 신뢰한다고 대답한 비율은 국내에서 27%로, 조사대상 42개국 중 39위에 머물렀다. 이에 대법원은 미국 변호사협회가 설립한 비영리법인 WJP가 비슷한 시기 102개국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사법부 순위는 일본이나 미국보다도 앞섰다며 반박했다.
 
하지만 이번 김 부장판사 사건이 터지면서 OECD나 WJP의 조사결과는 숫자놀음에 불과하게 됐다. 대법원 주장대로 국제적 평가가 아무리 좋더라도 지금 사법부는 오염된 양심과 청렴성을 국민에게 들켜버렸다. ‘지금 나를 재판하는 저 판사도 뇌물판사일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국민의 눈은 더욱 불신으로 가득 차게 됐다. 양 대법원장의 말 대로 공정한 재판에 힘쓰고 있는 대부분의 판사들이 양심에 상처를 입었더라도 그것은 둘째 문제다.
 
우리 헌법은 어느 직종보다도 법관의 신분을 두텁게 보장하고 있다.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이 아니면 파면되지 않는다. 그 밑에는 어떤 상황에도 유혹되거나 편향되지 않고 성직자 수준의 높은 직업적 양심으로 재판을 하라는 헌법정신이 깔려있다. 
 
초대 대법원장인 가인 김병로 선생은 “부정을 범하는 것보다 굶어 죽는 것이 더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적어도 법관과 사법부는 돈이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굶어죽을지언정 돈에 양심을 파는 법관은 없어야 한다. 국민은 수십, 수백개의 정책이나 거액을 들여 만든 홍보물 보다 양심을 지키는 법관 한명에게 더 신뢰를 준다는 것을 사법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 물론 표가 나지 않지만, 그것이 사법신뢰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사회부 이우찬 기자
 
이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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