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주택시장이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달 서울 아파트 분양권 거래량은 역대 1월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존 주택시장 하락 예상에 투자 수요가 분양권 시장으로 눈을 돌린 탓이다. 우호적 시장 상황에 따른 거래량 증가가 아니어서 지속적 활기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8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분양권 거래량은 383건으로, 작년 1월 278건 대비 37.8% 증가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2007년 이후 1월 거래량으로는 역대 최대다.
전매제한 금지와 청약 조건 강화 등 연이는 악재에 완판 행진을 이어가던 서울에서도 심심찮게 미분양 단지가 등장 중인 청약 시장, 또 매수심리가 얼어붙은 일반 아파트 거래량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5431건에서 4535건으로 16.5% 줄었다. 전달인 작년 12월 9396건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시장 한파에 주택 매수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악재 영향을 덜 받는 분양권 거래가 최근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시장 자체의 회복없이 상승세를 이어가긴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 시내 공인중개사 전경. 사진/뉴시스
대내외 상황 악화에 시장 불안정성이 짙어진데다, 대출 규제로 자금 확보에 부담을 느끼는 수요자들 입장에서 일반 매매거래 대비 초기 투자금이 적게 드는 분양권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작년 6월 이전에 분양된 분양권의 경우 중도금 대출과 전매제한 규제에서 자유로운 만큼 규제 영향에 침체된 매매 시장과 달리 활기를 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과 같은 분양권 거래 증가세 지속을 낙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최근의 증가세가 주택시장 호황에 힘입은 가치 투자 보다는 침체를 맞은 매매 시장의 대체 투자 성격이 강해 상승을 이어갈 원동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조정장세로 분양권에 붙은 프리미엄 역시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규제 영향을 받지 않는 매물의 1차적 소진 후 남은 재고 매물에 웃돈까지 얹어가며 분양권을 거래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최근 분양권 거래 증가는 매매 시장 침체에 따른 대체재 성격이 강해 매력 있는 매물 소진 이후 현재 추이를 이어가긴 힘들 것"이라며 "결국 분양시장이 살아나야 분양권 거래도 활발해지기 때문에 주택 시장 자체가 살아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