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심상치 않던
제주항공(089590)과 제주도의 갈등이 결국 법정싸움으로 비화됐다. 연초 콜센터 존폐를 놓고 불거진 양측 간 다툼이 최근 기본 운임료 인상으로 확산되며 소송전으로까지 치달았다.
제주도는 지난 22일 최근 제주항공이 발표한 요금 인상안에 대해 제주지방법원에 '항공요금 인상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상호 협약을 무시하고 제주항공이 일방적 입장을 고수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앞서 이달 초 제주항공은 오는 30일부터 제주와 김포, 부산, 대구, 청주 등을 잇는 4개 노선의 주말 및 성수기 요금을 최고 11.1% 인상키로 했다. 이에 제주도는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도내 관광산업이 타격을 받고 있다며 보류를 요청했지만, 제주항공은 인상 계획을 홈페이지에 고지하며 강행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제주도는 양측 간 지난 2005년 7월 맺은 사업추진 및 운영에 관한 협약에 따라 항공요금 변경 전에 도와 협의를 거쳐야 하지만, 제주항공이 지역경제에 대한 고려와 도의 요청을 무시한 채 인상을 강행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연초 콜센터 존치를 놓고 갈등을 빚은 제주항공과 제주도의 관계가 최근 운임료 인상으로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제주공항에서 점검 중인 제주항공 항공기. 사진/뉴시스
제주항공은 지난 2005년 제주도가 자본금의 25%인 50억원을 출자하며 출범했다. 사명에 '제주'를 넣을 만큼 제주 노선을 기반으로 차별화 전략을 펼쳤다. 도내 세수확보 및 고용창출에도 기여하며 제주도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틀어진 계기는 유상증자였다. 제주도가 제주항공의 8차례에 걸친 유상증자에 단 한 번도 참여하지 않으면서 현재 지분율은 7.75%로 떨어졌다. 양측이 연초 콜센터 존폐 여부를 놓고 마찰을 빚으며, 소원해진 관계가 갈등 국면으로 돌아선 점도 이번 사태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올 초 제주항공은 원활한 직원 고용과 전국 단위 고객 응대를 위해 제주도에 위치한 콜센터를 서울로 이전키로 했다. 경영상 비효율이 이유였다. 이에 제주도는 도민 의사와 고용 기회를 저버리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끝내 콜센터를 존치시키는 것으로 일단락됐지만 대립 과정에서 관계는 눈에 띄게 악화됐다. 당시 제주 애월읍을 지역구로 하는 고태민 바른정당 의원은 도의회 본회의 발언에서 "낳아준 부모에 보은하지 못할망정 내팽개치는 경우"라며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여기에다 이번 요금 인상안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양측은 협약에 따라 원만한 합의를 원하다고 주장하면서도, 서로의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제주항공은 2012년 이후 5년 만의 인상인 데다, 당시에도 제주도민에 한해 일정기간 요금 인상을 유예했던 만큼 이번만은 제주도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번 인상이 주말과 성수기 요금에 한정된 데다, 저가항공 특성상 특가 항공권이 수시로 공급돼 최대 인상률로 항공권을 구입하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제주도 역시 항공운송이 도민 입장에선 관광이 아닌 교통수단인 만큼 피해 최소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채인숙 제주도 공항확충지원본부 주무관은 "인상안 보류를 위해 제주항공과 두 차례 정도 만남이 있었지만 소득은 없던 상황에서 제주항공이 인상된 요금을 일방적으로 공지했다"며 "협의보다는 법률적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