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올해로 6년째 무배당을 고수, 주주들로부터 반발을 샀던
대한항공(003490)이 등기이사 보수 인상폭에는 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3일 대한항공의 2016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항공 등기이사 4인의 1인당 평균 보수액은 10억6153만원으로 전년(8억3196만원) 대비 27.6%의 인상률을 보였다. 같은 기간 대한항공 일반직원의 1인당 평균 임금 인상폭 5.2%(6334만6189원→6666만9759원)의 5배가 넘는다. 이밖에 사외이사(3명)와 감사위원(감사)도 전년 대비 각각 65.4%, 41.9%의 높은 인상률을 기록했다.
6년째 무배당 정책을 고수 중인 대한항공이 지난해 등기이사 보수 인상에는 유독 후한 결정을 내린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은 지난해 매출액 11조7319억원, 영업이익 1조120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6%, 26.9% 실적이 개선됐다. 특히 여행 수요 증가와 유가 호재에 힘입어 6년 만에 1조원대 영업이익에 복귀하는 등 역대급 실적을 내며, 연초부터 배당에 대한 기대감이 주주들 사이에서 피어올랐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지난달 24일 조원태 신임 사장이 첫 의사봉을 잡은 정기 주주총회에서 무배당 기조를 고수키로 했다. 계열사인 한진해운 지원에 따른 손실폭과 경영환경 악화 등이 이유였다. 조 사장이 한진해운 청산과 환차손에 따른 손실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올해 생산성 제고를 통한 원가 개선 의지를 드러내며 주주 불만을 최소화시키는데 주력했지만, 유독 후한 등기이사 보수 인상폭은 빌미가 되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대한항공의 한 주주는 "미래 가치 제고를 위한 투자 차원의 무배당은 납득이 가능하지만, 경영 상황을 핑계로 배당은 없는 상황에서 임원들의 임금은 높은 폭으로 올린 점은 다소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020560)이 지난해 5년 만의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경영정상화를 위해 임원들이 연봉을 일부 반납하며 17.2%의 보수 감소율을 보인 만큼, 대한항공이 호실적을 배경으로 임원들 연봉 잔치만 벌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등기이사 1인당 평균 보수액은 2억6194만원으로 전년(3억1660만원) 대비 5000만원가량 줄었다.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등의 보수는 동결됐다.
한편, 대한항공은 조종사 노조와 임금협상에 따른 이견(사측 1.9%, 노조 29%)을 좁히지 못하고 2015년 10월부터 협상 결렬을 거듭하며 지지부진한 대립 국면을 지속하고 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