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사업 다변화로 1분기 실적잔치를 이어간 정유업계가 본업인 정유부문 역시 수입처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던 중동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수익성에 안정성을 더한다는 전략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은 최근 10년간 80% 이상의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을 떨치기 위해 타국산 원유 수입으로 활로를 열고 있다. 러시아와 아프리카를 비롯해 미주, 아시아 등 경로도 다양하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0년여 만에 러시아 우랄산 원유 100만배럴을 수입했다. 비중동권 국가 원유 수입 비중을 15%까지 끌어올린 상황에서 수입처를 추가로 확보하기 위함이다. GS칼텍스는 지난해 11월부터 미국산 셰일오일 200만배럴을 국내 정유사 최초로 수입한 데 이어 올 상반기 말 50만배럴을 추가로 들이기로 했다. 올 1분기에는 사상 최초로 러시아 우랄산 원유 70만 배럴을 사들였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지난해 중동산 원유 수입량을 전년 대비 10.4% 줄인 데 이어 올 1분기 미국 남부 멕시코만 원유 200만배럴을 도입하는 등 비중동산 원유 수입을 늘리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이 높은 원유 수입 비중을 보이던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비중동산 원유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서울시내 한 주유소에서 주유 중인 차량. 사진/뉴시스
이처럼 정유사들이 원유 수입처 다변화에 힘쓰는 이유는 나날이 국제 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이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정유사들이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세계 3대 유종(브랜트유·서부텍사스유·두바이유) 가운데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가 강점이다. 타유종 대비 품질은 낮지만 가격과 운송비가 저렴해, 높은 수입 비중을 유지했다. 하지만 두바이유는 지난해 OPEC 감산 결정과 미국산 셰일오일 대규모 생산에 따른 서부산텍사스유 가격 하락에 연초 가장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는 등 가격이 출렁였다. 이에 정유사들이 변수 대응 및 수익성 강화 차원에서 비중동산 원유로 눈을 돌렸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유사들이 적극적으로 비중동 지역 원유 도입을 실행하거나 검토하고 있어 중동산 수입 비중이 차츰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