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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문재인정부와 소통정치
입력 : 2017-05-14 오후 6:42:05
정주호 숭실대 법학과 초빙교수
문재인 시대가 열렸다. 그는 국민시대라 불렀다. 문재인 대통령은 87년 개헌을 통해 성립된 6공화국에서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에 이은 7번째 대통령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탄생은 이전 대통령 선거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기록들을 만들어 냈다.
 
우선 문재인 정부는 이전 민주정부인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정부’,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등이 탄생과정에서 거쳤던 보수 또는 중도층 후보와의 연대가 없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경우 김종필과의 DJP연합을 통해 15대 대통령에 당선됐으며, 이 때 당시 여당의 이회창 후보와의 표 차이는 1.5%에 불과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도 비록 선거 전날에 파기됐지만 정몽준과의 단일화를 통해 야권의 단일후보로서 16대 대통령에 당선됐으며, 상대 후보였던 이회창 후보에 2.33% 앞선 신승이였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어떠한 연대도 없이 2위인 홍준표 후보와 역대 대선 사상 가장 큰 격차인 557만919표(득표율 17.05%)까지 벌리며 다자간 구도에서 압도적인 지지로서 19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특히 문 대통령을 선택한 연령별 지역별 표심을 보면 이전 대선에서 보였던 지역감정에 따른 몰표현상이 현저하게 줄어들면서 TK지역을 제외하고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세를 보였다.
 
전국적인 고른 지지와 역대 최다 득표차 등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이러한 현상은 어디서 오는 걸까. 우리 국민은 지난 6개월 동안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촛불집회’라는 평화적 방법을 통해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새로운 정부를 출범시켰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국민들의 정치참여와 자유로운 의사표현은 놀라울 정도의 파급력을 보이며 정치지형을 바꿔나갔다. 국민들은 인터넷과 SNS를 통해 자신들의 정치의사를 적극 피력하고 기성정치권에 대한 비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또 인터넷포털을 기반으로 한 놀라운 정보력을 바탕으로 주요 정치적 이슈마다 국민적 여론을 이끄는 중요한 동인을 만들어냈다.
 
개개인이 던진 생각과 감성의 힘은 이제 인터넷과 SNS를 통해 수백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게 됐다. 때론 대중에게 던져진 생각과 표현이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검증되고 평가되기도 하지만, 그 내용에 공감대가 형성되면 집단감성이 발현되면서 거대한 여론의 흐름으로 만들어진다. 결국 이러한 흐름은 표심에 민감한 정치권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 몇몇 보수언론에 움직이던 여론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이번 대선은 불통의 아이콘이자 감성제로인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이후 이뤄진 헌정 사상 최초의 보궐선거였다. 우리 국민은 지난 4년 동안 공감능력이 없는 대통령에 지쳐, 소통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지도자가 절실했다.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도 심각했지만 무엇보다 우리 국민은 박근혜 대통령을 통해 어떠한 소통과 감성적 공감도 얻을 수 없었다. 이러한 국민적 불만은 인터넷 및 SNS와 결합해 폭발적 표심을 표출하면서 이전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현상을 만들어냈다.
 
장미대선의 승자가 된 문 대통령은 뛰어난 언변도 없고 막강한 정치적 배경도 없다. 그를 상징하는 파급력 있는 대표공약도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대선후보 당시 노무현 대통령처럼 드라마틱한 스토리도 없었고, 김대중 대통령처럼 강력한 카리스마로 당을 휘어잡은 정치인의 모습도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대권 재수생으로서 그저 묵묵히 공격당하면 당하는대로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뚝심만 있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유가족들과 함께 단식투쟁을 벌이고 세월호 배지를 끝까지 놓치지 않는 모습에서 아픔을 공감하는 인간적인 정치인의 모습 또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결국 그는 정치인으로서의 강한 인상을 주진 못했지만, 사람을 향한 진정성과 인간적 매력 그리고 공감능력은 국민이 원하던 소통과 연결됐다. 이는 결국 민주당을 바꾸고 역대 최대 표차이로 19대 대통령에 당선되는 저력이 됐다. 우리 정치는 이번 대선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구태정치로서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일부 언론을 앞세운 여론 조작도, 무분별한 종북좌파 프레임도, ‘아니면 말고식’의 무책임한 폭로전도 촛불혁명을 통해 보여준 우리 국민의 집단지성과 감성 앞에서는 예전과 같은 파괴력을 가질 수 없게 됐다.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선택한 국민의 뜻은 군림하는 대통령이 아닌 소통하는 대통령, 아픔에 공감하고 같이 눈물을 흘릴 수 있는 대통령일 것이다. 김정숙 여사가 자택을 찾아온 민원인에게 라면을 대접하고, 대접받은 민원인은 자신의 얘기를 들어준 것만으로도 세상이 바뀌었다며 미소를 머금고 돌아간 사례에서 바로 소통의 답을 찾을 수 있다. 우리가 기다려왔던 국민시대의 첫걸음이다.
 
정주호 숭실대 법학과 초빙교수
정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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