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SK이노베이션(096770)이 배터리와 화학 중심의 성장 전략을 담은 '딥 체인지(Deep Change) 2.0'을 선언했다. 기존 석유사업에서 배터리와 화학으로 사업구조의 무게중심을 이동시켜 미래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전략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30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세대 먹거리로 배터리·화학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을 지속성장이 가능한 구조로 변화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금껏 조심스럽게 진행해온 배터리 사업 분야에서 제대로 된 베팅을 한 번 해보려고 한다"며 과감한 투자를 시사한 뒤 "2020년 10%의 시장점유율을 시작으로 2025년에는 30%, 나아가 글로벌 탑 리딩 배터리 업체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전기차가 자동차의 미래로 부상하면서 배터리 시장도 급성장이 예상된다. 지난해 25GWh에 그쳤던 시장 규모는 오는 2020년 110GWh, 2025년에는 350~1100GWh까지 급증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 같은 시장 상황과 수주 현황을 반영해 생산량을 지난해말 기준 1.1GWh 수준에서 오는 2020년에는 10GWh까지 늘리기로 했다. 또 1회 충전으로 500km를 갈 수 있는 배터리를 내년까지, 700km까지 갈 수 있는 배터리는 오는 2020년 초까지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본게임을 앞둔 배터리 시장이 배터리 성능과 원가 경쟁력 등 기술적 우위를 가진 소수 사업자의 과점체제로의 재편이 확실시되는 만큼 선제적이고 공격적 투자를 통해 글로벌 리딩 업체로서의 도약을 노린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이 30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딥체인지 2.0을 선언하고 향후 사업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지난해 3조2000억원, 올 1분기 1조원의 견조한 영업이익으로 자체 자금력이 충분한 데다, 2014년 8조원에 육박했던 순차입금을 지난해 1조원 미만까지 낮춘 만큼 추가 차입 여력에 대한 자신감도 충만한 상태다. 김 사장은 "그동안 사업을 조심스럽게 진행하면서도 놓지 않았던 부분이 기술적인 부분이며, 이는 현재 다임러나 현대차 같은 완성차 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증명된다"며 "2020년까지 최소한 10조원 이상의 투자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수요 대응을 위한 시설 투자도 적극적으로 진행한다. 내년 초 증설 완료를 앞둔 서산공장을 통해 3.9GWh 규모의 생산량을 확보한 뒤, 올 하반기 추가로 헝가리나 체코 등 동유럽 지역에 3GWh 규모의 배터리셀 공장 착공에 돌입할 계획이다. 내년 중으로 공장을 가동시킨다는 목표다.
배터리와 함께 SK이노베이션의 중심 축을 이룰 화학은 현 사업구조로는 제한적인 성장에서 탈피하기 어렵다고 판단,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생산능력 확보와 고부가 분야인 포장재 및 자동차용 화학제품 중심의 사업구조 변화를 핵심 가치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인수합병(M&A)은 과감하고 신속하게 실행키로 했다. 이미 고부가가치 패키징 분야의 기술력과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다우케미칼의 에틸렌-아크릴산(EAA)사업 인수를 진행 중에 있다.
김 사장은 “배터리와 화학을 기본 전략으로 삼고, 추가적 기회 발생 시에는 얼마든지 새로운 사업 모델을 장착하는 것을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