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원자력 의존도 탈피 움직임에 세계 최대 원자로 전력 수급국으로 꼽히는 프랑스가 동참했다. 우리나라도 새 정부 들어 탈원전 정책이 제시됐지만,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단계인 만큼 제도와 산업 생태계 구축이 선결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현지시간) 니콜라스 월로 프랑스 에너지환경부 장관은 현지 라디오에 출연해 오는 2025년까지 최소 17기의 원자로를 폐쇄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전체 58기 가운데 30%에 해당하는 규모다. 원자력 전력 생산을 현재의 50%까지 줄이는 재생가능 에너지 법률 법안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 각 국의 원자력 의존도 낮추기는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독일은 지난 2011년부터 일찌감치 탈원전 정책을 펼쳐왔고, 일본 역시 이듬해 9월 탈원전을 선언하며 오는 2030년까지 '원전제로'에 도전하고 있다. 이밖에 스위스와 영국 등도 신재성에너지 수급률을 높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주요 선진국 흐름에 동참한 새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제도 및 산업 생태계 대안 선결이 필요하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건설 백지화 위기에 놓인 신고리원전 5·6호 건설현장. 사진/뉴시스
우리나라는 새 정부가 친환경에 초점을 맞춘 에너지정책의 일환으로 지난달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를 선포하며 탈원전 정책에 시동을 걸었다. 원자력 전력수급 의존도를 낮추고 오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천연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전세계 평균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상황에서 30%에 가까운 전력을 담당하는 원자력을 무턱대고 배제할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실제로 독일의 경우 탈원전 정책이 급진적으로 펼치면서 10여년만에 산업용 전기료가 약 2배 오르는 부작용을 낳았고, 일본 역시 경쟁력 있는 대체 에너지 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며 최근 슬그머니 원전 재가동으로 입장을 선회한 상태다.
때문에 우리나라도 큰 틀의 에너지정책 방향성만 제시하고, 당장의 전력 수급과 산업 생태계적 요소를 고려해 단계적 추진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서지 골린 세계원자력협회 산업협력국장은 지난 7일 대전에서 열린 특별강연에서 "지난 50년간 원자력 발전을 통해 경쟁력을 구축한 한국이 원전을 폐쇄하게 되면 전력가격 상승과 산업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