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추석 황금연휴 기간 파업을 예고한 대한항공 조종사노조가 딜레마에 빠졌다. 파업의 성사 여부를 확신할 수 없는 데다, 실제 파업에 돌입해도 그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사측은 지속된 쟁의행위에도 미동이 없으며, 투쟁 장기화에 내부 피로도도 누적됐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오는 27일 정오까지 진행되는 조합원 온라인 찬반 투표를 통해 다음달 1일부터 7일까지의 파업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사측에는 지난 20일 390명의 조종사가 파업에 참여할 것이라고 통보한 상태다. 전체 내국인 조종사 가운데 약 13.4%에 해당된다.
이에 사측은 파업의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으며 불법파업 논란에 불씨를 지폈다. 고용노동부는 앞서 조종사노조가 2015년 임금교섭 타결을 위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했던 만큼 그 효력은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했지만 파업이 진행된다 해도 그 파급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26일 파업이 실시돼도 현재 가용인력을 동원해 여객기 전편이 정상 운항 가능하다고 밝혔다.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된 항공산업 특성상 국제선 80%, 국내선 50%(제주노선 70%) 이상을 운항할 수 있는 필수인력을 반드시 남겨야 한다는 법적 장치 때문이다.
일단 조종사노조 측은 계획대로 이행한다는 방침이다. 평상시에도 전체 인원의 20%가 휴식을 취하며 비행을 수행하는 만큼, 파업의 목적 자체가 회사 경영에 타격을 초래하겠다는 위협이 아닌 대책 마련을 위한 쟁의행위라는 설명이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가 지난해 12월 22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앞에서 '2015년 임금협상승리를 위한 파업 출정식'을 갖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규남 조종사노조위원장은 "월급을 받으면서도 쉴 수 있는 노조원들이 무급이라는 희생을 감수하면서 파업을 하는 이유는 1년에 200~300여명의 조종사 유출이 있는 현실에 대한 울림을 주기 위함"이라며 "사측이 조금이라도 입장을 양보한다면 파업은 당연히 중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속된 쟁의로 누적된 노조원들의 피로를 감안해 투표를 통해 파업이 찬성으로 결정된다 해도, 압도적 찬성률이 나오지 않는 이상 소수 노조원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내부 회의를 충분히 거친다는 방침이다.
한편, 대한항공과 조종사노조는 지난 2년간 임금인상을 놓고 지지부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조종사노조는 2015년 임금 4% 인상 및 퇴직금 매년 1% 누진제 도입과 2016년 임금 7% 인상 및 상여 100% 인상안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대한항공 측은 일반 노조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2015년 임금 1.9% 인상, 2016년 임금 3.2% 및 수당 인상안 등으로 맞서며 팽팽히 대립하고 있는 상태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