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국내 저가항공사(LCC)들이 지역별 거점공항을 중심으로 한 성장 전략에 무게를 실으면서 '거점공항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앞선 LCC 선두주자들의 전략을 모방하는 동시에 차별화 시도도 꾀하겠다는 의도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기존 6개사를 비롯해 신규 사업자 진출을 노리고 있는 플라이양양 등 국내 LCC들은 각 지역별 거점공항 입지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제주항공과 에어부산은 사명에서 드러나듯 제주와 부산이 기반이다. 제주항공의 경우 출범 단계부터 제주도 자본과 지역의 폭발적 수요를 바탕으로 업계 1위를 꿰차는 데 성공했다. 에어부산은 지역 비즈니스 수요를 성공적으로 공략한 사례다. 전국 각지에서 김해공항으로 모여드는 출장여객을 노려 타 LCC 대비 비교적 넓은 좌석과 LCC 유일의 전 노선 기내식 제공 등이 주효했다. 지난 5월에는 LCC 최초로 단독사옥을 세우기도 했다.
거점항공사인 티웨이항공과 모공항인 대구공항은 지난해 함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 추석연휴 항공기 탑승을 위해 모인 승객들로 붐비는 대구공항 전경. 사진/뉴시스
티웨이항공은 대구공항에서 출발하는 18개 국제선 가운데 12개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대구공항에 무게를 싣고 있다. 개항 이후 매년 적자를 기록해 온 대구공항이 지난해 처음으로 흑자를 달성할 수 있던 원동력 역시 티웨이항공의 성장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에어부산과 함께 아시아나항공 계열의 LCC인 에어서울은 남부지역 수요에 집중하는 에어부산과 달리 서울발 수요 공략을 맡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청주공항을 모공항으로 삼아 지역사회와 함께 중부권 핵심 항공사로의 도약에 힘쓰는 중이다.
이밖에 제7의 국적 LCC를 노리고 있는 플라이양양은 오는 16일 이사회를 통해 '플라이강원'으로 사명을 변경키로 했다. 양양공항을 중심으로 강원권 전체를 대표하는 항공사를 표방한 상태다.
이처럼 LCC들이 거점공항에 주력하는 이유는 유사한 품질의 서비스에 기인한 차별화의 필요성 때문이다. 특정 지역의 항공 수요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동시에 지역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사회로부터 우호적인 이미지와 지원까지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LCC들이 타사의 거점공항과 거점 항공사가 없는 지역공항 취항편을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는 이유 역시 제2, 제3의 거점공항 구축을 통한 영향력 강화 차원"이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