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한국 배터리업계가 중국 악재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쟁사 대비 높은 성장률 등 일부 결실을 맺고 있지만, 자국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의 추격 또한 만만치 않다. 중국 시장이 장벽으로 변하면서 현지 진출 노력도 물거품이 되는 형국이다.
17일 전기차 전문 연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1분기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각각 14.7%, 6.7%를 기록했던 LG화학과 삼성SDI의 점유율은 지난 8월(누적기준) 11%, 5.8%로 떨어졌다. 특히 LG화학은 중국 CATL에 역전을 허용하며 시장 2위 자리를 처음으로 내줬다. 삼성SDI는 5위를 유지했지만 점유율 하락은 면치 못했다.
반면, 중국 업체들은 눈에 띄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1분기 5.6%의 점유율을 기록했던 CATL은 2분기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을 급격히 늘리며 상반기 점유율을 7.8%까지 끌어올렸다. 1분기 7위였던 시장 순위도 4위로 올라섰다. 지난 7월 또 한 계단 상승하며 LG화학의 뒤를 바짝 쫓더니, 급기야 8월에는 LG화학에 1.9%포인트 앞선 12.9%의 점유율로 뒤집기에 성공했다. BYD 역시 1분기 6%였던 점유율을 상반기 9.2%, 8월 9.7%로 확대하며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1분기 삼성SDI보다 한 계단 아래였던 순위도 이미 뒤바뀌었다.
전기차 배터리 주요사 올해 점유량 추이. 제작/뉴스토마토
한·중 배터리 업체간 글로벌 시장 내 온도차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배터리 시장을 보유한 중국 정부의 노골적 견제에 기인했다. 자국 기업 보호를 이유로 한국산 배터리를 견제하던 중국 정부가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성 조치를 강화하며 내수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을 철저히 배제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30일까지 올 들어 총 9차례 발표한 보조금 지급 대상 전기차 목록에서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을 전량 제외시켰다. 중국에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두고도 사실상 현지 판매가 불가능해진 LG화학과 삼성SDI는 제3국 수출과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생산 등으로 대응 중이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서 전기차 배터리 영업이 불가능해지면서 잃게 된 점유율이 고스란히 중국 업체로 넘어갔다”며 “자체 수급력이 약한 코발트와 니켈 등의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장기화되는 중국사업 어려움은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