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국내 기름값이 5개월째 오름세를 지속하면서 사상 최장기간 상승 기록 경신을 눈 앞에 두게 됐다. 국제유가가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여, 리터당 휘발유 1600원 시대도 멀지 않았다는 평가다.
1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2월 둘째주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판매가격은 리터당 1539.23원으로, 20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 7월 넷째주 기록한 연중 최저가 1437.75원과 비교하면 5개월 동안 리터당 100원 넘게(101.48원) 상승했다.
이는 국제유가 변동에 기인했다. 국제유가는 과잉공급 압박에 상반기 줄곧 내림세를 보이다가, 7월 들어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로 반등세로 돌아섰다. 여기에다 미국 텍사스주 정제시설을 강타한 허리케인과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연장 등이 맞물리면서 공급 불안요인을 키웠다. 이에 상반기 평균 40달러 후반대를 맴돌던 국제유가(WTI 기준)는 지난 14일 57.04달러까지 껑충 뛰었다.
자료/오피넷
국제유가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국내 기름값도 20주 연속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역대 최장기간 상승은 지난 2010년 10월 둘째주부터 2011년 4월 첫째주까지 기록한 26주다. 당시 반년 넘게 이어진 가격 상승에 리터당 1695.41원이었던 휘발유 가격은 1967.98원까지 치솟았다. 최근 20주간 상승률 7%의 두 배가 넘는 오름폭(16.1%)이다.
상승률 측면에선 종전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사상 최장기간 상승 기록 경신 가능성은 적지 않다는 게 관련업계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에 원유 수요 증가와 OPEC의 감산기간 연장 등 공급 변수가 맞물리면서,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현 흐름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OPEC 결속력 약화나 미국 셰일의 반격 등 유가 제동의 변수도 여전하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지난 14일 내년도 국제 원유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유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미국 셰일밴드 효과로 인해 본격적인 상승국면 진입 여부에 대한 판단은 시기상조"라며 "강세와 약세 요인이 혼재돼 있어 유가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