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서울시가 한 해 32조원에 달하는 살림살이를 담당하는 서울시금고를 활용해 취약계층에 대한 은행 문턱을 낮출 방안을 검토 중이다.
4일 시에 따르면 서울시금고에 대한 위탁기간이 올 연말로 종료됨에 따라 내년부터 새로 4년간 서울시금고를 위탁할 금융기관을 선정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시는 새로운 시금고 입찰 공고를 앞두고 서민금융 지원 강화 방안으로 자금 여건이 열악한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은행 문턱을 낮추고자 서민금융(착한 은행)을 시금고와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예년에는 입찰 공고를 1월쯤에 발표했지만,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저금리·무이자 대출을 해주는 착한 은행 운영을 검토하면서 입찰 공고가 늦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는 기존 행·재정 지원으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등은 상대적으로 지원망이 갖춰졌으나, 서민들은 신용도가 낮아 제3금융권 등의 높은 금리에 그대로 노출된 점에 주목했다.
기존 시금고 선정이 대부분 금고 운영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 것에 비해 기존 사회공헌활동에서 한걸음 나아간 서민금융 연계방안은 장기적으로 사회적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시는 아직 검토 단계인 만큼 여러 선택지를 두고 시행 가능성과 효과, 법적 문제 등을 염두에 두고 들여다 보는 중이다.
검토 방안은 시금고를 맡는 은행과 공동 서민금융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시금고 협력사업비를 시드머니(종잣돈)로 서민금융을 운영할 주체를 설립해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등 다양하다.
4년마다 공개경쟁을 거쳐 이뤄지는 시금고는 서울시의 예산과 기금 등 한 해 32조원 규모의 큰 자금을 맡으면서 금융권의 커다란 이슈다.
시금고는 예산, 기금은 물론 정부 교부금에 지방세를 끌어들일 수 있고, 세출 등 출납 업무로 수익을 거둘 수 있는데다 시 공무원을 비롯한 고객 확보로 안정적인 영업환경 구축의 부가효과도 주어진다.
특이한 점은 다른 지자체가 복수금고를 택하고 있는 것과 달리 서울시금고는 우리은행이 100년 이상 시금고를 맡아왔다.
한국 최초 근대 금융기관인 대한천일은행이 1915년 3월부터 서울시(당시 경성부) 금고 관리를 맡은 이래 조선상업은행, 상업은행, 한빛은행, 우리은행으로 은행의 명패는 바뀌었어도 시금고 역할은 이어지고 있다.
물론 시금고 선정 과정은 행정안전부의 자치단체 금고지정 기준에 따라 1999년 이후 경쟁입찰제가 도입돼 다른 시중은행도 동등한 자격으로 경쟁에 참여 중이다.
윤준병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착한 금융’을 시금고와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시금고 선정과 병행해서 당장 추진 가능한 방안부터 실무적으로 정리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금고 입찰 공고는 ‘서울시에 가장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는 시금고’가 ‘공정한 경쟁’을 통해 지정될 수 있도록 입찰 조건을 만드는 방법으로 단수 또는 복수 금고 여부 등에 대한 검토도 포함된다”며 “현재까지 어떠한 방침도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3월 서울시청에서 박원순(가운데) 서울시장과 우리은행 관계자 등이 서울시금고 100주년 사료전시관 점등식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