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일제강점기부터 87년의 역사를 간직한 옛 체부동 성결교회가 도시재생을 거쳐 지역주민과 생활문화인들의 거점공간인 ‘체부동 생활문화지원센터’로 변신을 완료했다.
서울시는 12일 박원순 시장과 지역주민, 생활문화인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체부동 생활문화지원센터 개관식을 개최했다.
임대료 상승으로 한때 없어질 위기에 처했지만 건물이 품은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고 지키려는 주민들과 교인들의 노력, 서울시가 여기에 힘을 보태면서 지역주민과 서울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지켜낸 결과다.
체부동 생활문화지원센터 건물은 1931년 건축돼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같은 굵직한 근현대사 속에서 옛모습을 그대로 지켜오면서 쌓인 역사·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4년 서울시 미래유산과 지난해 서울시 1호 우수건축자산으로 등록되기도 했다.
지난 2014년 한 중국인 사업가가 높은 금액을 제시하며 매입을 시도했으며, 지역주민과 교인들이 교회 건물 보존을 위해 서울시에 매각을 제안해 서울시가 관련 절차를 거쳐 2016년 5월 건물을 매입했다.
특히, 프랑스와 영국의 근대 건축양식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건물 중 하나로, 건축사적으로도 그 가치가 높다.
근대 서양 건축양식인 목조 트러스 구조의 천장, 남녀의 출입을 구분하기 위해 별도로 낸 출입구의 흔적, 1930년대 민가에서 많이 사용하던 꽃담 등 건물 곳곳에 숨어있는 근현대 건축양식을 찾아볼 수 있다.
체부동 생활문화지원센터는 건물 외관의 경우 원형을 보존해 역사·건축사적 가치를 살리고, 내부는 전면 보수해 기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조성됐다.
기존 예배당 건물은 오케스트라·밴드 등 음악 분야 활동공간인 체부홀로 바뀌었다. 내부는 130여 석 규모의 콘서트홀과 연습실로 구성됐으며, 더블베이스 등 오케스트라 연주에 필요한 다양한 악기를 보유하고 있다.
시민 누구나 대관 신청 후 이용할 수 있어 평소 공연장이나 연습공간 구하기가 어려웠던 생활예술 동아리들의 아지트로 기대된다.
체부홀 입구 반대편으로 난 통로를 따라가면 교회와 역사를 함께 해온 아담한 한옥 별채인 금오재가 나온다.
차 한잔과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는 북카페(마실)와 소모임·강의 등을 개최할 수 있는 세미나실(사랑) 등 지역주민을 위한 공간이다.
체부홀 내부에서 통창을 통해 금오재로 이어지는 공간은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져 가장 멋진 공간으로 손꼽힌다.
서정협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서울의 근현대사를 함께한 미래유산 체부동 성결교회의 역사가 이어지는 의미 있는 공간”이라며 “시민오케스트라를 꿈꾸는 생활문화인들의 새로운 아지트이자, 지역주민들이 소통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87년 역사를 지녀 위기 끝에 생활문화공간으로 재생한 옛 체부동 성결교회 전경. 사진/서울시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