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곤 경제부 기자
통상 당국을 긴장에 빠지게 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과 철강 관세 부과 문제가 일단락됐다. 아직 양국이 서명은 안했지만 실무 차원 문제만 남겨둔 상태로 사실상 큰 고비는 넘긴 것으로 보인다.
한미 FTA 개정 협상은 지난 1월 시작해 3개월여만에 매듭지어졌다. 한미 양측 모두 빠른 타결로 소모전을 피했다는 의미로 판단된다. 이와관련,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서로가 '윈-윈' 했다고 표현했다. 사실상 한국이 실리를 챙겼다는 분석이다. 픽업트럭 수출을 늦추고, 미국산 자동차의 수입 쿼터를 늘렸지만 현재 상태에서 우리 기업에 큰 피해는 없다는 판단이다. 대신 농축산물의 추가 개방을 막아냈고, 자동차 부품 시장까지 지켜낸 것은 한국에 더 이득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강력하게 개정을 촉구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 정도 결과는 통상 협상의 큰 성과물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여기에 무역확장법 232조에 걸린 철강 관세 부과 문제도 일정부분 양보를 했지만 최악, 차악을 모두 피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년 동안 대미 수출량인 383만톤의 70% 수준인 268만톤에 해당하는 쿼터를 설정해 피해가 예상이 되지만 25%의 일괄 관세를 피한 것은 큰 성과로 평가된다.
김 본부장이 "치열한 협상을 했지만 협상가로서 꿀릴 것이 없는 협상판"이었다고 자신있게 말한 것을 봐도 이번 협상의 성과를 방증한다.
하지만 미국과의 통상전쟁이 이번 한미 FTA 개정과 철강 관세 협상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미국이 중국과의 통상전쟁을 예고한 상황에서 G2(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한국의 입장 정리가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미국은 중국산 휴대폰과 가전에 대해 약 64조원에 달하는 규모의 관세 부과 방안을 검토 중이며, 중국도 대두 수입 금지와 보잉 여객기, 자동차 구매 계약 체결 연기, 미 국채 보유 축소 등으로 보복에 나설 전망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철강 관세 부과 면제가 중국과의 통상 전쟁에서 한국이 미국편에 설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26일 직제를 개편, '신통상질서전략실'을 신설하고 통상 업무를 강화키로 했다. 통상 전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정부가 최근의 성과에만 만족하지 말고 보다 장기적인 계획을 내놓길 기대한다.
이해곤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