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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기로에 선 문재인정부
입력 : 2018-07-29 오후 2:43:21
문재인정부의 지지도가 6.13지방선거를 정점으로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의 7월 3주차 결과를 보면,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61.7%를 기록했다. 5주째 하락세를 보이면서 취임이후 가장 낮은 지지율을 보였다. 물론 61.7%의 지지율도 역대정부와 비교하면 높은 편이지만, 중요한 것은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지율 하락의 원인 진단은 상반되나 그 핵심은 사회경제 정책에 있다. 집권 1년 2개월을 경과하면서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일자리 문제, 경제 회복과 삶의 질 향상에 대한 기대감이 시나브로 불만으로 바뀌고 있다. 보수세력은 섣부른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이 노인과 청년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갔고, 경제 위기를 심화시켰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진보진영은 재벌개혁과 부동산투기, 조세 및 노동정책 등 경제민주화의 후퇴가 지지층의 이반을 가져왔다고 말한다. 현 정부에 대한 보수와 진보 양측으로부터의 비판은 노무현정부 초기 상황과 엇비슷하다.
 
문재인정부가 개혁정부로 성공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먼저, 국정철학의 재정립이다. 현 정부는 경제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했다. 재벌 등 기득권자들의 배만 불리는 정책이 아닌 국민 모두가 함께 사는 소득주도성장을 주창했다. 대기업이 잘되어야 경제 성장도 되고, 노동자의 삶도 개선된다는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를 폐기하고 분수효과를 제시했다. 분수효과(fountain effect)는 복지정책 강화를 통한 저소득층의 소비 증대가 핵심이며, 최저임금 인상이 관건이다.
 
하지만 경제 개혁을 본격 추진할 시점에 정책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 폭등한 집값을 잡아 달라는 서민들의 외침에 현상 유지 정책으로 일관한다. 한국의 부동산 가격은 세계적으로 가장 비싸지만 부동산 세금은 가장 낮은 편이다. 부동산 폭등은 비정상적인 과세체계에서 비롯된 결과임을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정부의 보유세 개편안은 보유세를 찔끔 올리는 것으로 끝나버렸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다시 들썩인다. 부동산 불패 신화를 잡지 못하면 국민들은 지대 추구 경쟁으로 쏠려 간다. 성실한 땀의 가치를 보장 받지 못할 때 국민들의 불만은 응축되고 폭발하는 것이 세상 이치다. 통계청의 ‘2016년 주택소유 통계’에 따르면 전체 1936만8000가구 중 주택을 소유한 가구는 173만3000가구로 55.5%이고, 44.5%는 무주택 가구이다. 주택을 두 채 이상 가진 다주택 가구는 289만3000가구로 전년보다 6.7% 늘어난 반면 한 채만 소유한 가구는 785만 가구로 오히려 1.6% 줄었다. 부동산 양극화는 갈수록 심해졌다.
 
서울 강남·서초구는 거주 가구의 36.1%, 35.6%가 두 채 이상의 집을 보유했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정책은 없다. 부동산 보유세 인상은 다주택 소유자에게는 세금 부담을 높이지만, 집 없는 서민에게는 집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이다. 경제정책에 중립은 없다. 정부가 누구의 이익을 더 보장할 것인가를 분명히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촛불정부’의 소임을 다하고 있는가?”라는 진보 지식인 323명의 성명은 쓴 약이지만 곱씹어야 할 비판이다.
 
국민과 함께하는 개혁이 되어야 한다. 문대통령은 국민과 소통하는 지도자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기자회견도 많지 않고, 국민과의 대화도 잘 보이지 않는다. 정부 정책의 방향 제시와 국민과의 소통 공감이 필요하다. 경제 불황, 산업구조조정, 취업대란, 저출산·고령화 등 우리 사회의 난제들을 한방에 해결 할 비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정부 혼자가 아닌 사회적 대화와 협치가 절실하다. 국민들의 협조와 고통분담을 요청하고 정부가 솔선수범해야 한다. 세상에 공짜 점심 없듯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은 많지 않다.
 
마지막으로 정책의 정교함이다. 의도가 좋다고 결과까지 좋은 것은 아니다. 과거 비정규직보호법이 비정규직 대량해고로 나타난 사례가 단적인 예다. 턱없이 낮았던 최저임금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정부가 영세 자영업자 대책을 선제적으로 내놓지 못하여 최저임금 인상이 을과 을의 갈등으로 비화했다. 자영업이 어려운 이유가 한국 자영업의 과다경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것이라는 프레임을 극복하지 못했다. 갑의 횡포를 막아내기 위한 법을 마련하고 취약계층도 살 수 있는 사회 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 정부가 경제정책의 목표와 방향 그리고 추진 수단을 꼼꼼히 따져 볼 때이다. 한국 사회 개혁을 위한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다. 촛불정부라 스스로 명명했던 그 역사적 사명을 실현하는 것이야말로 문재인정부 성공의 길이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roh4013@hanmail.net)
 
 
 
이해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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