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해곤 기자] 정부의 임대사업자 세제혜택 축소 추진을 두고 부동산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임대등록 세제 혜택이 좀 과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고, 이를 조정을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오전 도시재생특별위원회의가 열린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회의실에서 김현미(오른쪽) 국토교통부장관과 구자훈 한양대 도시대학원교수가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정부는 지난 12월 서민 주거안정을 목표로 임대등록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이에 따라 다주택자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양도소득세 중과에서 배제되고, 취득세·재산세 감면 혜택을 받는다. 또 임대소득 과세 완화,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건강보험료 부담 완화 등의 세제혜택을 지원했다. 대신 임대료 인상률을 연 5%로 제한하고 최대 8년 동안 의무 임대를 적용,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위한 규제를 병행했다. 이에 따라 실제 올해 7월까지 누적 신규 등록 임대주택사업자는 8만539명으로 작년 한해 동안 등록한 5만7993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주택임대사업자를 오히려 주택 보유를 늘리는 수단으로 사용했다. 사업자대출을 통해 투기과열지구 대출규제인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40% 규제를 피하고 세제 혜택도 피하는 투자자들이 발생했다.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임대사업자) 특혜는 다주택자로 하여금 정부의 투기억제책을 회피할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며 "투기수요를 한층 더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또 8년 동안 매매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집값이 더욱 올라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급격한 정책의 변화에 대한 비판도 뒤따르고 있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임대료 인상을 제한받는 대신 세제와 임대료 혜택을 받기로 한 것인데, 혜택을 없애면 등록의 의미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임대주택 활성화를 위해 혜택을 주다가 없애버리는 것은 시장을 막아버리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재고주택이 없어지면 신규시장은 과열된다. 집값이 오르면 공급을 늘리고 수요를 분산하는 정책을 써야한다"고 지적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새로운 대책을 세울 때는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도 고려해 정책을 내놨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정부는 다주택자를 범죄자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고, 결국 정책의 실패를 사과 없이 국민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것 아니냐"고 꼬집기도 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등록을 이용한 투기 수요가 얼마나 되는지도 알 수 없는데 지금 집값이 오른다고 혜택을 없애는 것은 결국 장단기적인 정책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