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해곤 기자] 정부가 신산업 분야에 대한 규제혁신에 속도를 내고 이를 통해 대규모 일자리 창출에 나선다. 최근 고용상황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신산업 육성과 혁신성장에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신산업 규제 해소를 위해서는 부처 간 칸막이 해소와 법률 개정 등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는 4일 SK하이닉스 청주공장에서 '제8차 일자리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미래차(전기·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가전, 에너지신산업, 바이오·헬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5대 신산업 분야를 집중 지원키로 했다. 125조원 규모의 140여개 민간 프로젝트에 정부지원사업을 포함, 2022년까지 총 10만7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재정·세제·공공부문·규제혁신 등 정책수단을 총동원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신산업 사업모델을 실현하는데 장애가 되는 규제를 개선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목희 일자리위 부위원장은 "이번 일자리 대책은 신산업 중심의 민간 일자리 창출 확대를 위해 정부의 총력 지원체제 가동을 선언하는 것”이라며 “가용한 정책수단을 총동원해 기업의 프로젝트 애로를 해결하고 상생생태계 강화, 중장기 산업구조 개혁을 추진해 산업경쟁력 제고뿐만 아니라 좋은 일자리의 대규모 창출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자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지원 방안에 따른 규제혁신 관련 법령 등 규정 개정 사안은 모두 14개에 달한다. 미래차 분야에서는 수소충전소 확대를 위해 개발제한구역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 수소 운반차량 용기용량 및 압력기준 상향을 위해서는 산업통상자원부 소관의 고압가스법 시행규칙·상세기준을, 이동식 충전소 설치기준 마련에는 고압가스법 시행규칙 특례고시 개정이 필요하다.
전기차 충전소의 경제성 강화를 위한 옥외광고 허용을 위해서는 행정안전부의 옥외광고물법 시행령이 개정돼야 하고, 국공유지 설치 충전기에 대한 임대료 감면을 위해서는 기획재정부의 국유재산특례법, 산업부의 환친자법을 개정해야 한다.
에너지신산업 활성화에서는 태양광과 풍력 설치에 대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대규모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만큼 이들 설비가 들어설 수 있는 부지 사용이 관건이다. 앞서 정부가 천명한 재생에너지3020 이행계획의 후속조치로 규제개선이 추진중인 염해간척농지 일시사용허가 기간을 8년에서 20년으로 늘리는 사안에는 농지법 개정이, 국·공유재산 최초 임대기간 연장(10년→20년)에는 신재생법 개정이 필요하다. 또 공유수면 점사용료 산정기준을 인접토지 공시지가에 설비용량을 포함하는 규제 개선을 위해 공유수면법 시행령·시행규칙이 개정돼야 한다.
대규모 의료빅데이터 구축을 골자로 하는 바이오·헬스 분야의 경우 개인정보보호와 의료행위에 대한 구분이 논쟁거리다. 먼저 2020년까지 연인원 5000만명의 의료데이터를 표준화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를 통한 데이터 활용범위 구체화' 과제는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해야 한다. 정부는 개인정보를 온전하게 보호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는 제외한 익명의 정보를 사업 수요자들에게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신규 비즈니스 100건 창출이 목표인 건강관리서비스 사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의료행위와의 구분기준을 명확히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의료법을 유권해석하고 매뉴얼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는 사안마다 개정 시기는 다르지만 이같은 14개의 관련 법령 등 규정 개정 과제를 모두 내년 중 완료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야당의 협조 없이는 정부 원안을 관철하기는 쉽지 않다.
여기에 정부가 업계의 투자 애로사항에 귀를 기울였다고 하지만 핵심 규제 해소를 위한 공론화 과정 등의 프로세스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상무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 부처가 규제를 고유 권한으로 여기고 있고, 이를 풀었을 경우 특혜 오해를 받을 우려가 커서 규제개혁이 잘 안 된다"며 "기본적으로 규제개혁 특별법을 만들어서 규제를 정비하는 내용을 일괄적으로 담아 시스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