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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우리가 바뀌어야 세상도 변한다
입력 : 2018-11-08 오전 6:00:00
촛불혁명에서 표출된 국민들의 요구는 거침이 없었고 다양했다. 적폐청산에서 노동기본권의 보장까지 한국사회의 구악을 걷어내고 새로운 세상을 건설하자는 것이었다.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고 했지만, 촛불혁명을 계승한 문재인정부에 대한 기대와 실망이 교차하는 시점이다. 이명박, 박근혜정부의 국정논단과 정경유착에 대한 적폐청산이 계속되고 있지만 곁가지만 손보는 양상이다. 
 
재벌-정치집단-관료의 3각 기득권체제의 혁파만큼이나 중요한 과제는 삶의 현장 곳곳에 똬리를 틀고 있는 생활적폐이다. 국민들의 분노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최근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사립유치원 회계비리와 양진호 회장의 직원 폭행사건이 대표적인 예이다. 
 
사립유치원 사건을 정치적 의제로 만든 것은 박용진의원이지만 그 배후에는 '정치하는 엄마들'이라는 작은 시민단체가 있었다. 2017년 6월 설립된 이 단체는 아이들의 교육문제 해결을 위해 엄마 스스로 정치운동에 나선 풀뿌리 조직이다. 설립 초부터 비리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명단 공개운동을 전개하였다. 부모로서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요구였지만 교육부는 유치원과 어린이집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엉뚱한 이유로 이를 거부하였다. 
 
엄마들은 교육부의 관료주의 행태에 주저앉지 않았다.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언론과 국회의원들의 관심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전개하였다. 결국 비리 유치원 명단을 공개하라는 엄마들의 요구가 언론을 매개로 여의도 정치와 맞닿아 결실을 맺었다. 엄마들의 작은 외침이 교육부와 어린이집의 오랜 부패 구조를 깨뜨린 진짜 원동력이었다.  
 
양진호회장의 폭행 영상은 끝까지 보기 힘들 정도로 충격적이다. 폭행당한 직원이 후유증으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뿐 아니라 보복이 두려워 신고조차 못했다는 고백이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양 회장의 갑질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회사 워크숍에 가서는 석궁을 이용해서 닭을 쏘도록 하고, 이를 못하면 욕설을 내뱉고 벌칙으로 일본도로 닭의 목을 베도록 했다. 이런 비정상적인 기업이 존속할 수 있다니 어안이 벙벙하다. 
 
그런데 직장 내 괴롭힘과 폭력은 일부 기업의 일탈 행위가 아니라 한국 기업에 널리 확산되어 있다는 점에서 근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먼저, 엄격한 법 집행 및 처벌이 필요하다. 
 
지난 수년 동안 국민들의 분노의 대상이었던 재벌그룹의 폭행자들은 어떤 처벌을 받았는가. 2014년 12월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사건, 2015년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의 운전기사 상습 폭행사건, 2016년 4월 정일선 현대BNG스틸사장의 수행기사 폭행사건, 2017년 1월 한화그룹 김승연회장 3남인 김동선의 술집종업원 폭행사건, 2018년 3월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고성 및 물 컵 폭행사건의 결말은 벌금형 또는 집행유예로 끝났다. 
 
직장 내 갑질 폭력이 반복되는 것은 재벌기업 경영자의 지위로 인해 대부분의 폭력 행위와 인격 말살 행위가 법률상으로는 단순한 폭행으로 처리되어 가벼운 처벌로 그치기 때문이다. 법의 미비도 문제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사용자의 근로자 폭행을 무조건 금지하며 위반 시 형법상 폭행죄(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이하의 벌금)보다 무거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고 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은 사장이 아닌 부사장, 이사, 부장 등 다른 상사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모욕, 강요 등 폭행보다 더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범죄에 대해서도 공백이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노동계의 요구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제안되었으나 국회 법사위의 문턱을 넘지 못해 법 개정이 무산되었다.  
 
근본 해결책은 직장 내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들이 자신들을 보호 할 수 있는 무기를 갖는 것이다. 노동조합 결성을 통해 사용자와의 대등한 힘의 균형 만들기가 필요하다. 갑질과 언어폭력, 폭행, 성희롱 등에 맞설 수 있는 직장 민주주의의 구현체인 노동조합이 건설되어야 한다. 2017년 기준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한국 노동자들은 전체 노동자들의 10.3%에 불과하다. 노동조합 가입을 자랑스럽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사회가 정상적인 민주사회이다. 포스코, 네이버, 넥슨, 안랩 등 노조 무풍지대에서 노조 활동에 나선 노동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세상은 사회 구조와 함께 우리네 삶이 바뀔 때 진짜 변화하기 때문이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roh4013@hanmail.net)
이해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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