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전문가들은 구조조정 등 정책금융 본연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정책금융기관 간의 업무중복과 대기업 여신, 구조조정 기능 등의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기업 구조조정 부문의 경우 과도한 업무 부담은 정책금융기관 본래 기능과 역할을 왜곡시키는 만큼 장기적으로 민간 자본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은 14일 "현실적으로 정책금융기관들이 이미 수행해왔던 기업구조조정 업무를 갑자기 민간 영역으로 이양할 수는 없다. 장기적으로는 기업구조조정 업무를 점진적으로 민간 영역에 이 양하되, 필요하다면 전문기관을 통해서 구조조정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기능을 국책은행에서 전문회사로 이관해, 정치적 논리를 배제한 시장논리 구조조정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김 전 원장은 "정책금융이 원활하고 구조조정도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국책은행에서 구조조정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며 "엄밀히 말하면 은행은 구조조정 전문가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기업구조조정 업무를 전담하는 별도의 정책금융기관을 설립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 형태로는 완전히 별도의 정책금융기관을 설립하거나 산업은행의 자회사로 하는 방식 등이 고려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총 5개의 정부 부처에 8개의 정책금융기관이 있는데 각 부처의 이해 관계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독일의 정책금융기관 'KfW(Kreditanstalt für Wiederaufba)'의 경우에는 통합정책금융기관의 형태로 기능별 자회사를 두고 있다. 각 관계 부처들이 KfW 감독이사회 이사로 참여해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지주사 체제처럼 통합기관 안에 여러 정책금융기관을 모아둔 것이다.
독일 KfW는 1개의 통합기관이지만 2개의 이사회가 운영한다. 감독이사회와 경영이사회다. 각 부처의 장관으로 구성된 감독이사회는 정책방향만 정한다. 대신 경영과 운영에 대한 결정은 경영이사회가 진행한다. 이는 각 부처별의 이해관계를 끊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앞으로 장기 불황 국면에선 국책은행 중심 구조조정이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지금처럼 기업 구조조정 기능을 국책은행에 맡기면 오히려 관치금융이 심화될 수 있다"며 "구조조정 기능은 꼭 해야 하지만, 궁극적으로 시장에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지역 민심을 악화시키는 대량 실업 문제도 국책은행이 부실기업에 자금을 공급해 해결하기보다는 직접적인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정책 방향을 짜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정책자금 공급 면에서도 기관간의 업무 중복이 해결되지 않으면 적재적소에 제대로 쓰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기식 전 원장은 "중소기업의 성장이 일자리 창출은 물론 국가경제의 성장과 산업발전, 기술혁신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정책금융기관들이 중소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자 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며 "하지만 업무 및 기능 중복과 부처간 이해관계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으면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자금 투입 대비 원하는 효과 를 얻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당국의 정책에는 구조조정 기능 자체가 없어진 상황이라는 가장 큰 문제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하든, 시장에서 하든 구조조정은 필요하다고 지적이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시장에서 하든 정부가 하든 구조조정은 필요한 상황인데, 정부는 아무런 대책 없이 상황이 나빠질 때까지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 독일 kfw 그룹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