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2차 수도권 주택공급계획이 발표된 가운데 박원순 서울시장의 일관된 입장 고수와 지속적인 대화에 힘입어 서울 그린벨트를 지키는데 성공했다.
19일 공개된 정부의 ‘2차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에는 서울 내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는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 1차에 이어 또다시 그린벨트 해제가 제외되면서 서울 그린벨트 해제 카드는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서울시는 도심 유휴부지와 국공유지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에 발을 맞췄다. 통상 5~7년 이상 걸리는 그린벨트 해제 대신 서울 도심에 활용도가 낮던 땅을 이용해 빠르게 주택을 공급해 집값 안정에 힘을 보탠다는 전략이다. 중소규모 택지 32곳, 1만9천호 공급계획이 이번 2차에 포함됐으며, 군 유휴부지, 도심 국공유지, 노후한 공공시설들로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이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서울 도심에 공급되는 주택은 대부분 기 조성된 토지를 활용하는 만큼 조기에 공급이 가능하고, 직주근접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9월 1차 발표 당시엔 서울 그린벨트가 제외되자 향후 직권해제 가능성을 언급했으나 이번 계획에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아 추후 해제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
앞서 지난 여름까지 집값 상승세가 꺽이지 않자 당정은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을 예고한 박 시장에게 화살을 돌려 ‘집값 상승 책임론’을 펼쳤다. 이어 1차 발표를 앞두고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공급 확대를 피력하며 박 시장을 압박했다. 박 시장은 일부 책임을 자인하며 마스터플랜 발표를 보류했지만, 그린벨트 해제 요구는 거셌다.
같은 여당 소속인 박 시장은 직접적인 대립각을 세우는 대신 신중론을 내세우며 협의를 이어갔다. 서울시는 내부적으로 그린벨트는 ‘마지막 녹지방어선’인 만큼 득보다 실이 많은 것으로 판단했다. 그린벨트 해제로는 치솟는 부동산 가격을 잡을 정책 수단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논리다. 다만, 기본적인 공급 확대 방향에는 뜻을 같이하는 만큼 도심 저이용지 등을 발굴해 그린벨트 해제 물량을 대체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서울 전체 면적의 25%가 그린벨트다. 정부는 보존가치가 낮은 3등급 이하 그린벨트를 해제한다거나 직권해제 카드를 꺼내겠다는 등 압박수위를 높였지만, 박 시장은 1차 발표를 앞두고 “인구는 줄고,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시민들의 욕구는 증대하고 있기에 그린벨트 해제는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결국, 3개월여에 걸쳐 2차 계획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서울시와 국토부는 그린벨트 해제가 어렵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채 도심 부지를 활용해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에 집중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부시책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점과 미래세대 자산인 그린벨트를 지켜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 사이에 결코 적지 않은 부담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문재인 정부와 함께 간다는 기본 원칙 하에 다양한 공급 방안이라는 참신한 카드로 그린벨트를 지켜낸 박원순의 뚝심이 통한 결과”라고 풀이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차 수도권 주택공급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