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제3인터넷전문은행 신규인가 신청을 받기로 했지만 금융권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기존 은행과 차별점을 찾기 힘들고 시장에서 파급력이 생각보다 크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부 신규인가 물망에 오른 은행·기업도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해 관심이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존 은행들은 인터넷은행이 추가로 계속 나온다고 해도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이란 분위기다. 모바일 뱅킹 등 비대면 영업의 강점으로 시장판도 변화를 우려했지만 그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이미 충분히 은행들도 비대면 영업에 대응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A은행 관계자는 "최근 카카오뱅크는 신용이 우량한 차주만 골라 신용대출을 진행해 많은 질타를 받았고, 금리도 기존 은행보다 경쟁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각에서는 인터넷은행이 은행점포 축소의 좋은 대안이라고 말하는데, 은행들은 이미 온라인 시스템을 모두 갖춰 별로 필요하지 않다"며 "인터넷은행이 조금 편리한 점은 있겠지만, 이 편의성마저도 주관적이라 명확한 차별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에서 관계자가 모바일 전문 은행 위비뱅크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 뉴싯
인터넷은행이 신사업으로 구미가 당기기는커녕, 경쟁상대로도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B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의 강점으로 낮은 수수료가 언급되는데, 은행의 인터넷뱅킹도 수수료가 거의 없다"면서 "그렇다고 인터넷은행이 자금을 싸게 조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종합적으로 따져봤을 때 우리와 크게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인터넷은행이 부진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이른바 '뒷북' 진출을 꼽았다.
C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인가가 너무 늦게 났다"며 "인터넷은행은 2017년에 처음 나왔는데, 이미 기존 은행들은 2015년에 인터넷뱅킹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이어 "2014~2015년 때 인터넷은행이 나왔었으면 은행들도 많이 동참했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뒷북치는 꼴이 됐다"고 판단했다.
현재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제3인터넷은행 물망에 오른 곳은 은행·증권사·IT기업 등 다양하지만, 가장 유력시되는 곳은 키움증권이다. 키움증권은 인터넷전문은행 진출로 온라인 금융자산관리를 선도하는 증권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키움증권은 지난 2015년 인터넷은행에 진출하려 했지만, 은산분리 문턱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또 IT기업인 인터파크도 인터넷은행 진출에 적극적이다. 오픈마켓 대표주자로서 온라인 판매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대출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반면 기업은행은 발을 뺀 것으로 알려졌다. 소매금융 중심의 인터넷은행이 기업금융 중심의 업무특성과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네이버도 사업진출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공격적으로 사업에 투자해야할 IT기업과 규제리스크가 큰 은행업이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카뱅·케뱅이 나올 때만 하더라도 업계에서는 은행들이 모두 인터넷은행 설립에 투자할 것이라고 봤지만, 결과적으로 지금은 파급력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서울 강남구 씨티은행 청담센터에서 열린 영업점 개점 및 ‘NEW 씨티모바일’ 앱 출시 행사에서 관계자가 앱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