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서울시 탈북공무원 간첩사건’ 당시 국가정보원이 탈북공무원 유우성씨의 여동생 가려씨를 만나겠다는 변호사들의 신청을 거부한 것은 변호인접견교통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유씨 변호를 맡은 장경욱 변호사 등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변호사 5명이 "국정원으로부터 변호인접견교통권을 침해당했다"면서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총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법령에 의하지 않고는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을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은 대법원이 오래 전부터 선언해 온 확고한 법리로서 변호인의 접견신청에 대해 그 허용 여부를 결정하는 수사기관으로서는 마땅히 이를 숙지해야 한다”면서 “이러한 법리에 반해 변호인의 접견 신청을 허용하지 않고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을 침해한 경우에는 접견 불허결정을 한 공무원에게 고의나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다면, 국정원이 변호인들과 가려씨의 접견을 잠시라도 허용하지 않은 것에는 수사관의 직무집행에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이 있는 것"이라며 "같은 취지로 국가가 변호인들에게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심 판결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유씨는 국정원으로부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던 중 2013년 1월 체포됐다. 여동생 가려씨의 진술이 결정적이었다. 그러나 가려씨 진술은 국정원의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 억류된 상태에서 나온 것이었다. 국정원은 가려씨를 171일 동안 밖에서 잠긴 독방에 머물게 했고 CCTV를 통해 24시간 지켜봤다.
이에 장 변호사 등은 유씨가 검찰로 송치된 같은 해 2월, 여러 차례 국정원 센터에 가려씨를 만나게 해달라는 변호인 접견을 신청했다. 하지만 국정원은 “본인이 변호인 접견을 원하지 않는다”며 여러차례 걸쳐 접견을 거부했다. 장 변호사등은 국정원으로부터 변호인접견교통권을 침해당했다면서 2015년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변호인 접견교통권은 구속된 피의자의 인권보장, 방어권 행사를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제도로서 특별히 법령에 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제한할 수 없다”며 "국가는 장 변호사 등에게 총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국가가 항소했지만 2심 역시 “과거 국정원이 수사한 국가보안법 사건에서 변호인 접견교통권의 침해 등 적법절차의 준수 여부를 지적하는 문제제기가 여러 차례 있었고, 이에 대해 그 위법성을 인정한 사법부의 판단이 적지 않았다”며 “적법절차 준수와 인권침해에 관한 논란과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유가려의 법적 지위와 변호인 접견교통권의 요건을 보다 진지하게 검토해 그 권리를 철저히 보장했어야 함에도 원고들의 접견신청을 단 1차례도 허용하지 않은 국정원 처분은 직무집행 불법성의 정도나 귀책사유가 적지 않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유우성씨가 지난 2016년 9월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서 열린 '유우성에 대한 검찰의 보복기소와 서울고등법원의 공소권 남용 인정' 기자회견에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