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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전쟁 피해 '사죄·배상'은 인류 보편적 가치다
입력 : 2019-04-08 오전 6:00:00
이 자리에 참전군인 계시면 어서 단상으로 올라와 제 손 잡고 미안하다는 한마디를 해달라고 했습니다.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는데, 한분도 제 손을 잡아주지 않았습니다연로하셨겠지만 여전히 살아계신 분이 많을 텐데요, 저와 같은 생존자들이 겪은 일을 인정하고 사과함으로써 그분들의 고통과 저희 고통이 함께 놓여나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지난해 시민평화법정에서 가해자를 향해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던 베트남전쟁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생존 피해자응우옌 티 탄 아주머니가 올해 다시 한국을 찾아 이렇게 말했다. 탄 아주머니는 퐁니·퐁넛마을 학살에서 가족을 잃었다. 동생이 입에 총탄을 맞고 피눈물을 토하던 모습을 지금도 또렷이 기억한다. 퐁니·퐁넛 학살은 전쟁 중임에도 사건 직후 미군이 조사 작업을 벌였을 정도로 잔인한 학살로 꼽힌다. 그럼에도 탄 아주머니는 참전군인들의 기억 속에 있을 그날의 참상을 그분들의 고통이라고 칭했다.
 
일제강점기 나가사키에 있는 미쓰비시 조선소에서 1년 넘게 노동했다는 일제강제징용 피해자김한수 할아버지는 끌려가서 사람 아닌 짐승과 같은 대우를 받아가며 살았던 시절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가슴이 아프다면서도 사죄를 받고 손 싹싹 비는 모습을 봐야만 인간이 되는 거냐 하면 이게 참 대단히 어려운 문제다과거에 일본 국민들은 그렇지 않았던가 보다우리가 좀 너무 했구나이렇게 반성을 해서 인정을 좀 베풀면, 앞으로도 이웃 간 다정한 친구의 나라가 되지 않겠냐는 생각을 갖게 된다고 했다. 오늘의 일본을 과거의 일본 국민과 분리하고, 반성하면 다정한 친구의 나라가 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지난 4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 촉구 기자회견을 한 김 할아버지도, 같은 날 오후 청와대 앞에서 한국 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촉구한 탄 아주머니도 한결같이 모두가 전쟁시대 폭력의 피해자라고 호소하고 있었다. 가해자의 고통을 공감하고, 용서와 화해의 준비가 돼 있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수십 년을 품어온 한스러운 세월과 지금도 선명한 고통의 기억을 헤아리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가해국에서 4·35·18의 상흔을 공감했다는 탄 아주머니의 발언에서 그 진심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피해자들의 사죄 요구는 국가 대 국가 간 갈등이 아닌 인류 보편적 차원에서의 문제 제기란 의미다. 이런 피해자들이 제기하는 소송과 청원이란 법적 조치가 한·, ·베 외교 갈등으로 비화하기보단, 가해자의 죄책감과 피해자의 억울함을 보듬어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최서윤 사회부 기자(sabiduria@etomato.com)
 
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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