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안 전 대법관이 14일 '이미선 후보자 주식 논란'과 관련해 자신의 SNS를 통해 밝힌 글. 사진/전 전 대법관 SNS 게시판 캡처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정치 쟁점으로 번진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주식 문제에 대해 전수안 전 대법관이 "'부실한 청문회'와 언론이 포기한 기능이 빚어낸 프레임을 '부실한 후보' 탓으로 호도하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전 전 대법관은 14일 자신의 SNS를 통해 "법정밖 세상에는 유죄추정의 법칙이 있는 것 같다"면서 "어렵게 겨우 또 하나의 여성재판관이 탄생하나 했더니, 유죄추정의 법칙에 따라 안된다고들 한다. 노동법 전공에 진보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입장은 이해가 되지만, 유죄추정의 법칙에 따라 반대하는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후보자는 (여성이 아니더라도)법원 내 최우수 법관 중 하나"라며 "법원행정처 근무나 외부활동 없이 재판에만 전념해 온 경우라 법원 밖에서는 제대로 모를 수도 있으나, 서울중앙지방법원 초임판사 시절부터 남다른 업무능력으로 이미 평판이 났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하는 동안 대법관들 사이에, 사건을 대하는 탁월한 통찰력과 인권감수성, 노동사건에 대한 전문성을 평가받고 공인받았다. 이례적으로 긴 5년의 대법원 근무가 그 증거"라고 설명했다.
전 전 대법관은 "(이 후보자는)강원도 화천의 이발소집 딸이 지방대를 나와 법관이 되고, 오랫동안 부부법관으로 경제적으로도 어렵게 생활하다가, 역시 최우수 법관이었던 남편이 개업하여 아내가 재판에 전념하도록 가계를 꾸리고 육아를 전담했다"면서 "법원에 남은 아내가 마침내 헌법재판관이 되는 것이 '국민의 눈높이'에 어긋난다고 누가 단언하는가"라고 지적했다.
또 "나도 악플이 무섭고, 다른 의견 사이에 오가는 적의가 두렵다. 조국인지 고국인지의 거취 따위는 관심도 없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프레임이 '국민'으로부터 나온 것인지 알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전 전 대법관은 이번 논란을 여성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불평등 사례로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렇게 더디고 힘들어서야 언제쯤 성비 균형을 갖추게 될까.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라면서 "재판관 9인중 2인과 3인(30%분기점)의 의미가 전혀 다르다는 것은 사회과학에서 검증된 결과다. 여성 후보에게 유독 엄격한 인사청문위부터 남녀 동수로 구성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전 전 대법관도 대법관이 되기 전 인사청문회에서 여성 법관이 편향된 재판을 하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 받은 적이 있다. 주호영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2006년 6월28일 전 전 대법관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여성 법관들의 양형이 너무 높다, 특히 형사의 경우에 있어서. 그것은 일반인, 평균인의 시각에서 양형을 정하는 것이 아니고 판사 자기의 기준에서 정한다"면서 "양형의 편차에서 오는 피고인들의 낭패감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피고인의 성별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당시 주 의원의 양형 편차 문제 제기는 성범죄 등 남성 범죄사건에서 여성 법관들이 편향된 양형을 적용하고 있다는 취지로 이해됐다.
이에 대해 전 전 대법관은 "여성 법관이 형이 높다라는 지적이 과연 국민들의 지적인지에 대해서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국회는 지난 10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부부가 총 35억원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에서는 이 후보자가 남편과 함께 17억 원어치의 주식을 소유한 건설사 관련 사건 재판을 맡아 건설사에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 후보자의 도덕성을 문제삼았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법관으로 일하고 있는 자신 대신 가사를 돌보고 있는 남편이 재테크로 불린 수익으로 본인은 몰랐다고 답했다. 그러나 국회를 중심으로 논란이 계속되자 이 후보자 남편인 오충진 변호사가 지난 11일 "지난 15년간 경제활동으로 거둔 소득의 대부분을 주식에 저축해 왔다. 부동산 재산은 가족이 살고 있는 빌라 한 채와 소액의 임야에 불과하다"며 "후보자는 주식을 어떻게 거래하는지도 모른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 후보자는 12일 본인 소유 전 주식을 매각했고, 오 변호사 역시 본인 소유 주식 매각을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같은 날 이미선·문형배 두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를 두고 전체회의를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문 후보자 보고서만 채택하자는 야당과 두 후보자의 보고서를 모두 채택해야한다는 여당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무산됐다. 두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1차 기한은 이날 14일까지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