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어렵지만 계획대로 가고 있다."
'김학의 게이트'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 관계자는 29일, 한달여 간의 수사 상황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윤중천씨가 언론에 나와서 하는 말에 여론이 너무 휘둘리는 것 같다. 윤씨가 말하면 공식 확인되는 것인가"라고도 했다. 또 윤씨가 인터뷰를 통해 조금씩 털어 놓는 사실 주장에 대해서도 "이미 다 나온 주장이고 새로운 것은 없다"고 평했다.
'김학의 게이트' 핵심 인물인 윤중천씨가 지난 26일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동부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윤중천씨는 최근 연이어 방송 인터뷰에 출연하면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펴고 있다. 일부는 검찰 수사를 조롱하는 어조도 보인다. 그는 최근 종합편성방송인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이 의혹을 수사기관에서만 (수사)되어서 의혹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을 것 같아서 직접 제가 모든 걸 감수하고 이렇게 얘기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뇌물 혐의도 와전된 것"이라며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승진을 위해 200만원을 인사치레로 건넨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검찰청 진상조사단과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결정에 배치되는 주장이다. 조사단은 윤씨를 조사한 뒤 특가법상 뇌물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윤씨는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동영상 속 인물은 김 전 차관이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상 속 여성은 스스로 본인이라고 밝히며 윤씨 등을 고소한 이모씨가 아니라 "서울에 유흥주점 쪽에서 알고 지내는 분한테 부탁을 해서 (별장에) 데리고 왔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윤씨는 이 여성과 또 한 여성, 그리고 자신과 김 전 차관에 별장에서 유흥을 즐겼다고 주장했다. 결국 검찰 수사단이 피해자라고 보고 있는 동영상 속 여성은 누구인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특수강간죄'가 성립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윤씨 말대로라면 이를 전제로 한 공소시효 문제는 부차적인 것이다.
수사단 관계자는 그러나 "동영상 속 여성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본인이 스스로 밝힌 그 여성이 맞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동영상 속 인물이 누구라고 밝혀지더라도 그것이 곧 특정 범죄의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하고 더 이상 언급을 피했다. 윤씨는 동영상 속 여성의 존재를 부정하면서 검찰 수사단 논리를 흔들고 있지만, 동영상이 아닌 다른 물증을 확보했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윤씨 스스로도 채널A 인터뷰에서 모순되는 진술을 했다. 그는 동영상 속 인물은 이씨가 아니고, 이씨가 별장에서 김 전 차관을 만난 적도 없다고 주장하면서 서울의 오피스텔에서만 만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터뷰 말미에는 "김학의 씨가 이 그 동영상의 여인과는 별장에서 만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스스로 모순을 드러낸 셈이다.
한 고위 경찰 관계자는 "윤씨의 방송을 통한 주장은 일정한 프레임을 가지고 있다. 경찰의 초기 수사를 검찰과의 수사권 조정 문제로 몰고가는 것을 보라"고 말했다. 수사단은 이날 윤씨를 네번째 소환해 조사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