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분식회계) 혐의를 받고 있는 삼성그룹이 조직적인 대규모 증거인멸 행위로 인해 결정적 위기를 맞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관계자는 5일 "증거인멸 해당 범위가 예상보다 넓다. 이렇게 높게 올라가리라고 생각 못했다"고 말했다. 또 "증거인멸까지 시작한 상황에서 우발적 문제가 아니라 상당부분 조직적 체계로 범행이 이뤄진 사실이 드러났다"며 "끝까지 매듭짓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증거인멸도 8명이 구속될 정도로 중대한 범죄"라며 "이런 부분이 단죄 안 되면 수사절차를 지키는 것이나 공판중심주의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삼성전자 재경팀 이 모 부사장과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안 모 부사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구속영장심사) 결과 이 부사장에 대해서만 "범죄혐의가 상당부분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며, 피의자의 지위와 현재까지의 수사경과 등에 비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안 부사장에 대해서는 "본건 범행에서 피의자의 가담 경위와 역할, 관여 정도, 관련 증거 수집, 주거 및 가족관계 등에 비춰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청구를 기각했다.
이 같은 영장심사 결과로, 조직적인 증거인멸 지시 라인이 갈라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지만 삼성전자 사업지원 TF로 모든 초점이 모이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부사장은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 자신은 단순한 재무관리나 회계업무만을 담당하고 있을 뿐 사업지원 TF와는 무관하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 조사 결과 이 부사장은 과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서 활동하던 인물로 국정농단 사태 과정에서 미전실이 해체되자 삼성전자 사업지원 TF를 거쳐 최근 삼성전자 재경팀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이 부사장을 상대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의 전말과 이를 은폐하기 위한 증거인멸을 누가 지시했는지를 집중 추궁한 뒤 이르면 다음주 중 사업지원TF 최고 책임자인 정현호 사장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 관련 검찰 수사에 대비해 증거 인멸을 논의하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안모(왼쪽)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부사장과 이모 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이 지난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명재권 영장전담부장판사는 5일 이 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