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체취도 하나의 스타일이 될 수 있습니다." 4년차 동기 네 명이 모여 론칭한 아모레퍼시픽 사내 벤처 '프라도어'의 도전이 반환점을 돌았다. 브랜드를 운영한 지 1년 가까이 되면서 '체취 케어' 화장품을 시장에 안착시키겠다는 당찬 목표는 가설이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 고객들로부터 반응이 오기 시작했고, 7월엔 네 번째 신제품을 출시한다. 올 초까지만 해도 반신반의하던 분위기가 반전되자 이들의 목표는 더 원대해졌다. 하반기부터는 동남아 등 아시아 시장으로 진출을 모색하며, 연령별·부위별 체취 케어가 가능한 혁신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제는 브랜드의 무게 중심을 '향'에서 '체취 스타일링'으로 옮겨 대중화하는 게 과제입니다." 제품 개발부터 디자인, 마케팅, PR 등에서 동분서주하는 네 명의 프라도어 팀(김건호, 한재호, 허소현, 김지현)을 만나 이들의 고군분투기를 들어봤다.
아모레퍼시픽 린 스타업 '프라도어' 팀(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건호·한재호·김지현·허소현) 사진/뉴스토마토
체취 스타일링을 위한 프라그런스 브랜드 '프라도어'를 간단하게 소개한다면
한마디로 '체취 스타일링' 브랜드이다. 브랜드명 '프라도어'는 향기라는 단어 '프라그런스(Fragrance)'에 '사랑스러운'이라는 단어 '어도러블(Adorable)'이 합쳐진 합성어다. 사람이면 누구든 체취를 가지고 있고, 사람마다 그 체취는 다르다. 여기서 체취를 조금 더 나답게 또는 향기롭게 매력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 만든 브랜드이다. 예컨대 중요한 자리에서 자신을 어필하고 싶을 때 향기가 하나의 스타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점에서 착안했다.
프라도어는 아모레퍼시픽의 사내 벤처 프로그램 '린 스타트업(Lean Startup)'에서 선발돼 론칭했다. 다른 아이디어를 제치고 선발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우선 아모레퍼시픽의 '린스타트업' 프로그램은 매년 당대의 고민을 주제로 제시한다. 프라도어가 선발될 때는 이른바 '니치 마켓(틈새시장)'이 주제였다. 그런 관점에서 '체취 스타일링'이라는 아이템이 회사가 원했던 부분과 맞닿았던 것 같다. 프라도어가 '왜 뽑혔을까'보다는 '필요해서 뽑혔다'라는 말이 더 부합하는 듯싶다. 이미 회사에선 체취 케어 제품에 관한 고민을 해소하고 싶은 갈증이 있었는데, 프라도어가 그런 내용을 제안한 부분이 잘 맞아떨어졌던 것 같다.
기존 향수 제품과 달리 프라도어가 가진 차이점은 무엇인가
사실상 시중에선 체취 케어가 가능한 향 전문 브랜드가 없다. 더욱이 기존 향수나 보디 스프레이 제품은 강한 향기로 체취를 덮는 방식이라면, 프라도어는 좋지 않은 체취를 제거하고 그 위에 향을 입힌다. 일부 데오드란트 마저도 향을 넣은 제품 정도만 출시된다. 체취 케어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브랜드는 프라도어가 처음 시도하는 것이다. 특히 ‘보디 프라이머’는 기존엔 없던 제품이다. 땀이 났을 때 즉각적으로 바를 수 있는 기능성 크림으로, 향수처럼 강한 향을 내는 것보다 은은한 잔향을 선사한다.
프라도어 '퍼 스웨이드 라인' 제품 이미지. 사진/아모레퍼시픽
보디 프라이머 등의 경우 대중적인 제품은 아닌데 어디서 시장성을 봤나.
처음엔 두 가지 방향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첫 번째는 프라도어 제품이 니치 시장을 정확하게 공략할 수 있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니치 시장을 공략하지 못 한다면 프라도어를 발판으로 체취 케어 시장을 키워나갈 수 있다는 예상이었다. 최근 추이를 보면 전반적으로 체취 케어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분위기다. 플레이 그라운드가 생기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프라도어가 궁극적으로 체취 케어 시장을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고객 조사를 시행한 결과, 자신의 체취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는 사람의 비율이 90% 이상이었다. 더욱이 고객의 80% 이상은 체취를 관리할 제품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런 고객의 요구사항을 보면서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을 내놓기까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회사 내부에서 기존에 없던 유형의 아이템을 설명하고, 오해 없이 설득시키는데 가장 시간이 많이 들었다. 린스타트업 제도를 만든 본사가 전체적인 방향에 동의했지만 막상 실무진에서 제기하는 편견이나 우려하는 점을 해소하기 쉽지 않았다.
또한 소비자들이 어떻게 프라도어 제품을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도 어려운 부분이었다. 실제로 제품을 구매한 고객들은 향에 관해서 피드백을 할 뿐, 체취 케어 기능에 대한 언급은 많지 않았다. 고객들이 프라도어 제품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가늠이 안 됐던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체취 케어 기능이 있는 신규 카테고리 제품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소구할지 고민을 했고, 지금도 그 고민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중이다.
브랜드를 론칭한 지 1년이 거의 다 됐다.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사실 프라도어 제품을 소비자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올해 1분기까지도 반신반의 했다. 상반기까지 인식이 안 되면 가설로 끝나는 게 아닌가 했는데, 목표했던 만큼의 유의미한 성과가 나와서 시장 추이를 지켜보는 상황이다.
초창기에는 새로운 제품에 고객들이 거부감을 느낄까봐 향을 중심으로 소구했지만, 이제는 무게 중심을 ‘체취 스타일링’으로 옮겨 대중화하는 게 과제다. 예컨대 정수리 냄새 등 몸의 부위별 체취를 관리하거나 연령별로 체취를 스타일링 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회사와도 협력을 진행하려고 한다. 아모레퍼시픽이 앞서 사람의 체취에 대한 연구를 해오던 부분이 있고 올해도 진행되는 만큼, 협업을 통해 새로운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프라도어를 비롯한 아모레퍼시픽의 린 스타트업은 결국 혁신성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과연 혁신을 가져다줄까
린스타트업은 기존 조직의 규모가 크고 관성 때문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업을 도전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아모레퍼시픽은 프라도어 론칭을 진행하면서 확실하게 권한 위임을 보장해줬다. 단순히 작은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서 단기간의 결과를 보고 사업을 중단하는 것보다 더 넓은 관점에서 테스트하고 시장을 형성한다면 혁신을 가져오지 않을까.
김건호 아모레퍼시픽 '프라도어' 사원. 사진/뉴스토마토
좀 더 확장해서 K뷰티 시장이 침체에 직면했다는 관측이 많다. 프라도어가 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보는가
K뷰티가 한 국가의 화장품 산업으로 인식되는 것보다 일시적인 유행으로 머무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K뷰티 혹은 더 나아가서 아시아 뷰티가 정착하려면 브랜드 하나하나가 힘을 갖고 성장해야 한다. 특정 지역이 아니라 모든 국가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하나의 산업으로 정착돼야 한다는 의미다. 프라도어 또한 한류의 영향으로 일부 연예인 이미지 뒤에 소비되는 게 아니라, 좋은 브랜드로 인식돼야 K뷰티의 한계를 넘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향후 프라도어의 계획과 신제품에 대해서 궁금하다
체취나 향은 서구나 남미 쪽이 더 발달된 시장이라서 수출 준비를 해달라는 주문을 받아왔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는 한국을 여행하는 중국인 등 외국인을 대상으로 마케팅과 판매를 진행하고, 하반기나 내년에는 아시아권이나 동남아권에서 '테스트 앤 런(Test and Learn)'을 진행해볼 계획이다.
또한 7월에 네 번째 라인의 신제품이 출시된다. 15㎖ 소용량 보디 향수 타입의 4종 제품을 선보인다. 고객들의 요구에 따라 카트리지 케이스에 리필할 수 있도록 용기를 개발했다. 장기적으로는 사용자의 타임라인(Timeline)을 고려한 제품도 내놓을 계획이다. 현재는 외출하기 전에 사용하는 제품 위주인데, 앞으로는 샤워를 하거나 외출한 후 밖에서도 체취 스타일링을 할 수 있는 일련의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