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검찰이 긴급조치나 계엄법 위반 사범으로 유죄파결을 확정받은 487명에 대해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해 과거 잘못된 기소에 대한 바로잡기에 나섰다.
대검찰청 공안부(부장 오인서 검사장)는 30일 "2017년 8월부터 현재까지 피해회복이 필요한 과거사 사건을 발굴해 재심 청구가 가능한데도 법률적 지식이 부족하거나 경제적 이유 등으로 재심 청구를 하지 못한 피고인들 총 487명에 대해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직권재심 청구 현황(2019년 6월28일 현재 기준/단위 명). 취하·기각 사례는 직권 재심 청구 전 당사자가 개인적으로 재심 청구한 사정이 사후적으로 발견된 경우임. 자료/대검찰청 공안부
직권 재심 청구 대상 사건은 긴급조치 위반 사건, 1972년 계엄법 위반 사건 등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에서 처벌근거 법령이 위헌·무효로 확인된 사건들과 5.18 민주화운동 관련 사건, 부마민주항쟁 관련 사건 등 특별법으로 재심사유가 규정된 사건들이다. 진실화해위원회 재심 권고 사건 피고인 총 73건 중 공동피고인이 당사자 재심 청구를 통해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12건 당사자 총 30명에 대해서도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했다.
검찰이 이번에 직권 재심 청구를 한 사건 중 가장 많은 사건은 긴급조치 위반 사건으로 총 217명에 대한 재심이 청구됐다. 193명은 무죄로 확정된 사건이며, 24명은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 다음으로는 1972년 계엄법 위반 사건으로 총 120명이다. 무죄 선고가 확정된 사람이 14명, 재판을 받고 있는 사람이 105명이다. 1명은 당사자가 재심을 청구한 것이 뒤늦게 확인돼 직권 청구했다가 취하했다.
5·18 민주화운동 관련 사건 피고인이 111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 중 57건에 대한 무죄가 확정됐으며, 재판 진행 중인 사건 피고인은 53건이다. 나머지 1명은 당사자가 개인적으로 재심을 청구했다.
검찰은 특히 과거사 사건으로 구금됐던 사람 가운데 기소유예 처분으로 종결된 사건 피의자들12명이 국가에 형사보상 청구를 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형사보상법 27조 1항에 따르면, 과거사 사건으로 구금된 자 중 최종적으로 검찰에서 '혐의없음 처분' 등 불기소 처분을 받은 사람은 피의자보상 청구가 가능하지만, 종국적 처분이 아닌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사람은 피의자보상 청구를 할 수 없게 돼 있다. 그러나 이번 검찰 처분으로 불기소가 확정돼 형사보상 청구가 가능하게 됐다.
대검 공안부 관계자는 "전국 검찰청에서 긴급조치 9호 위반 기소유예 사건 현황을 전수 조사해 서울중앙 및 부산지검의 처분사건 중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구속됐다가 석방된 뒤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12명을 확인했다"면서 "이들에 대해서는 직권으로 사건을 재기해 혐의없음 처분과 함께 형사보상 청구 등 후속 권리구제 절차를 안내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와 함께 검찰 과거사 사건 공판 실무를 매뉴얼화 해 과거사 피해자들의 권리를 구제하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불법구금·가혹행위가 인정될 수 있는 경우 법원의 재심개시 결정을 존중해 즉시항고 제기를 삼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유죄 입증이 가능한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공소를 유지하되 피고인을 위한 증거도 적극 수집·제출, 백지구형을 지양하고 실질적으로 유·무죄를 구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재심 무죄 선고 시 일률적인 상소를 지양하고 상소 실익을 고려해 상소 여부를 검토하되, 공소의 기초가 된 공범에 대해 무죄가 확정되거나 유죄 인정 증거를 발견할 수 없는 사건에 대해서는 상소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