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앵커]
'50년 무노조 경영원칙'. 삼성그룹 노무정책의 상징적 슬로건이자 선진적 기업문화로 자주 회자 됐던 말입니다. 그러나 실상은 그룹차원의 조직적 노조와해 활동의 결과였음이 재판에서 확인됐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는 지난 13일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강경훈 부사장에게 징역 1년4개월을,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모 전 삼성에버랜드 인사지원실장에게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각각 선고했습니다.
'노사 화합'이라는 허울을 사측에 만들어 준 일명 '어용 노조' 위원장 임모씨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노조 와해 전략을 직접 진행한 임직원들은 각각 징역 6개월~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이 건과 관련돼 기소된 삼성 측 임직원 전원에게 유죄가 인정된 겁니다.
삼성 측은 노조활동을 막기 위해 노조원들의 급여를 부당하게 깎은 것은 물론, 불법 사찰을 통해 경찰 수사를 받게 하거나 징계 꼬투리를 억지로 끌어내기도 했습니다.
법원은 근로자들을 경영 이익을 내기 위한 도구로만 여겼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삼성이 "노조 무력화를 목적으로 노조원들의 사생활을 감시하거나 급여를 깎아 경제적으로 압박했으며, 징계사유를 억지로 찾아내 내쫓았다" 고 지적했습니다. 또 "근로자는 정당한 권리 행사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적대시되고 인권을 존중받지 못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법원은 특히 일명 ‘S문건’이라고 불린 ‘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각 계열사를 실질적으로 구속하는 지시문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삼성에버랜드 뿐만 아니라 전 계열사를 상대로 그룹차원의 노조와해가 진행됐음을 의심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삼성 측에서는 항소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게다가 이번 판결은, 삼성에버랜드 노조에 대한 삼성의 와해 활동에 한한 것입니다. 같은 사건인 삼성전자서비스 노조를 대상으로 한 삼성의 와해공작 1심 선고는 내일(17일) 내려집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