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도로 폭을 좁히고 보행길을 만드는 방식의 ‘걷는 도시’ 정책이 지역경제를 살리는데 탁월한 효과를 지닌 것으로 입증했다. 24일 서울연구원의 ‘걷는 도시 서울 정책효과와 향후 정책방향’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는 2010년 이후 보행친화도시를 내세우고 있으며, 2016년엔 걷는 도시 서울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보행환경개선지구 정비, 골목길 재구조화, 보행자 우선도로 확대, 보행자 교통사고 다발지점 개선, 보행길 연결, 입체보행네트워크 조성, 생활권 도로 다이어트, 중앙버스전용차로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연구진은 걷는 도시 서울의 효과를 보고자 사업 시행지역의 대중교통 이용객 수, 유동인구, 매출액 변화를 분석했다.
대중교통 이용객 수는 2011년 1일 160만명에서 2018년 173만명으로 7년간 약 8.6% 증가했다. 이는 서울시 전체 증가율 3.1%보다 약 5.5%p 큰 값이다. 대중교통전용지구, 보행환경개선지구, 보행자우선도로, 생활권 도로 다이어트 모두 2011년 대비 대중교통 하차통행이 증가했다.
차로 축소와 보도 확장이 주 목적인 도로공간재편 사업(26.7%)과 생활권 도로다이어트 사업(16.8%), 승용차 수요를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대중교통 전용지구 사업(11.6%) 등에서 대중교통 이용객 비율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행사업이 시행된 지역의 유동인구는 2017년 2분기 ㏊당 644만명에서 2018년 2분기에는 809만명으로 1년간 약 25.7% 증가했다. 서울시 전체 유동인구 평균 증가율인 18.8%보다 6.9%p 많이 증가한 것으로 보행사업을 시행한 지역이 이전에 비해 활성화됐음을 알 수 있다.
보행환경개선지구 사업(103.7%), 중앙버스전용차로 사업(36.5%), 종로·서울로7017 보행특구(28.5%) 등에서 유동인구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도 확장, 차량진출 억제, 보행공간 정비, 횡단보도 신설 등이 이뤄지면서 유동인구 증가에 기인했다는 분석이다.
보행사업 매출액은 2017년 2분기 260억원에서 2018년 2분기에는 282억원으로 1년간 약 8.6% 증가했다. 서울시 전체 매출액 평균 증가율인 2.7%보다 약 5.9%p 증가한 값이다. 분석 대상 사업 모두 매출액이 증가했으며, 지역대표보행거리 사업(33.3%), 도시재생사업(17.1%), 도심보행특구 사업(10.1%) 등에서 매출액이 전년도 대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보행환경개선지구인 강동구의 강풀 만화거리의 경우 2015년에 시간제로 차량통행 제한을 시행하고 도로포장과 안내표지 등을 설치해 유동인구는 1년간 약 5만4000명으로 68.3% 늘고 매출액도 8.2% 올랐다. 생활권 도로 다이어트 사업을 2017년에 시행한 도봉구 도봉로110길은 협소한 보도폭을 확장하고 가로수를 바꿔 보행환경을 만든 결과 대중교통 이용객 수는 약 7.8% 증가하고 유동인구는 35.6% 늘었다.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사업 결과, 대중교통 이용객 수는 7년간 11.6%, 유동인구는 1년간 4.3%, 매출액은 1년간 10.0% 증가해 보행 유발 및 경제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특히, 유동인구 가운데서도 20대 대중교통 이용자가 승용차 이용자보다 1인당 소비가 더 많았다. 홍대·이태원·가로수길 등 대표 보행거리의 방문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수행한 결과 20대 대중교통 이용자의 소비금액은 1인당 2만9360원으로 승용차 이용자 소비금액 1만8636원보다 1만원 정도 많았다. 주로 방문하는 가게는 음료 가게(36.8%), 음식점(31.6%), 의류·잡화점(14.5%)이다.
연구진은 “연령대와 수단별 접근 특성을 고려해 대표 보행거리를 선정한다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가 더 클 것”이라며 “대중교통의 접근성이 높을수록 보행사업 효과도 커지는 만큼 대중교통시설 주변 지역의 보행권 확보는 필수적이다”라고 밝혔다.
시민들이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의 새롭게 단장한 3층 보행로를 걷고 있다. 사진/뉴시스
광화문 삼거리에서 세종대로 사거리까지 서울시 주최로 열리는 ‘세종대로 보행전용거리 행사’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종로구 종로타워 앞에서 ‘걷자 도심 보행길’ 행사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 조희연 교육감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시교육청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