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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정보 편향과 갈등
입력 : 2020-01-31 오전 6:00:00
현대는 정보사회다. 정보를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는 사회다. 정보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조직이 세상을 지배한다. 그래서 국민에 대한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정부와 함께 정보와 정보관련 기술을 가진 기업이 세상을 지배한다. 정보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기업은 개인의 취향을 정확하게 파악하면 할수록 개인에게 적합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정부는 개인에게 적합한 복지서비스를 개별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잘 처리하기만 하면 정보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정보를 처리하는 방법의 출발점은 검색이고 그 다음은 분석이다. 검색과 분석을 위하여 정보처리 알고리즘을 만든다. 좋은 알고리즘은 산더미 같은 정보 속에서 좋은 정보를 찾아내고 찾아낸 정보를 분석하여 좋은 결과를 낸다. 
 
정보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것은 정치의 세계에도 적용되던 격언이었다. 너무 많은 정보가 쏟아지기 전까지는. 일반적으로 독재정부는 정보를 독점하는 경향이 있다. 통치가 편리하기 때문이다. 민주정부는 정보의 독점을 풀고 공개를 하려고 한다. 정보의 공개를 통해 대중들이 정보에 접근하고 정보를 바탕으로 좋은 판단을 내리고 행동을 할 것을 기대한다. 정보사회가 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정보민주주의가 도래할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보민주주의로 진행되지 않았다. 정보가 너무 많아져서 오히려 갈등이 높아졌다. 당장 세계의 현실을 보라. 미국, 유럽의 갈등은 높아졌다. 한국의 갈등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정보가 많아지니 정보 편향이 발생하고 정보 편향으로 갈등은 높아지고 있다. 
 
정보가 너무 많아지면 개인들은 정보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기업은 정보를 모으고 검색하고 분석하지만 개인은 취사선택을 한다. 개인으로서는 엄청나게 쏟아지는 정보를 모두 볼 수도 없고 저장할 수도 없다. 검색도구도 없으며 분석 알고리즘도 없다. 다만 직관, 성향, 취향에 따라 정보를 취사선택할 뿐이다. 정보의 취사선택은 정보의 편향을 초래한다. 정보의 편향은 다른 정보를 가진 이들을 배척하게 만든다. 이렇게 되면서 갈등은 높아진다. 정보의 취사선택은 쌍방향으로 이루어진다.  
 
첫째, 개인이 먼저 자신의 직관, 성향, 취향에 맞는 정보를 선택한다. 문제는 성향이 잘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진보와 보수라고 분류하든, 민주와 독재라고 분류하든 개인의 성향은 잘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같은 성향의 정보를 계속 선택한다. 이렇게 선택하는 정보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자신의 생각이 공고해지고 편협해지고 상대방을 배척하게 된다. 같은 정보라도 많이 모이면 정보에 대한 신뢰가 높아진다. 최근 정치권의 여야 대립이나 법무부와 검찰의 대립을 보면 서로의 공통점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느 쪽이든 한쪽의 정보를 계속 선택함으로써 자신의 생각을 공고하게 다질 뿐이다. 공통된 정보가 없으니 서로 이해할 계기조차 없다. 
 
둘째, 정보제공자가 이번에는 개인의 성향에 맞추어 정보를 선별하여 제공한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정보기업은 개인의 성향에 맞추어 정보를 제공한다. 같은 경향의 정보 제공은 개인의 선택을 편하게 하지만 편협하게 만든다. 과학기술정보인 경우에는 해당 정보를 모르더라도 개인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자구조까지 일반 대중이 이해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정치는 다르다. 대중들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대중들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민주주의 체제이기 때문이다. 정보제공자는 개인의 선택을 받아야 생존할 수 있으므로 개인의 성향에 맞는 정보만을 제공하고 개인은 제한된 범위의 정보만을 제공받는다. 이미 읽어본 기사와 비슷한 기사만 제공받고 그 기사를 선택한 사람들과 다시 정보를 교류하게 된다. 상대방에 대한 무시와 배척이 높아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구조다. 
 
현대는 갈등사회다. 정보사회이면서 갈등사회다. 갈등의 근본 원인 중의 하나는 정보가 너무 많고 정보를 편향적으로 선택하는데 있다. 갈등이 높아지는 현상은 정보의 편향에 따른 것이다. 이때는 한발 떨어져 상대방의 정보에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상대방의 정보를 비판적으로, 자신의 정보는 더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을 가져야 갈등을 줄일 수 있다.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
 
최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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