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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개미투자자들의 '칵테일파티'
입력 : 2020-04-27 오전 6:00:00
이종용 증권데스크
'주식 투자의 전설'이라 불리는 피터 린치는 '칵테일파티 이론'을 통해 증시의 침체와 과열 단계를 가늠했다고 한다. 칵테일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이 주식 투자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갖는지에 따라 증시의 불황과 활황을 구분하고, 주식투자 비중을 얼마나 줄여야 할지를 논하기도 했다.
 
1단계는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이 주식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다. 증시가 급락해 주식 투자에 관심이 없는 침체 단계다. 2단계는 피터 린치의 직업이 펀드매니저라는 것을 알고, 사람들이 조금 관심을 보인다. 이때는 주가가 바닥에서 15%가량 오르긴 했지만, 관심을 두는 사람이 거의 없다. 
 
3단계는 주식 투자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피터 린치에 몰려들어 어떤 주식을 사야 좋을지 묻고 자문을 구하는 단계다. 주가가 바닥에서 30%가량 오른 시점이다. 4단계는 주식 투자를 자문하는 것을 넘어 유망한 기업 주식을 서로 추천하기 시작한다. 증시 과열 상태로 주식시장이 고점에 다다른 상태다.
 
'칵테일파티 이론'에 대입하면 지금 우리나라 증시는 현재 어느 단계일까. 분위기 만으로는 1, 2단계에 머물러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증시가 폭락한 후 개인투자자들의 열기가 뜨겁다. 주식증시 대기 자금으로 통하는 '투자자 예탁금'이 45조원을 넘어섰다. 지난달 24일 사상 처음 40조원을 돌파한 이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증시에 대한 시장의 분위기는 낮게 잡아도 3단계에서 관찰되는 흥분이 느껴진다.
 
코스피가 지난달 19일 1400대까지 떨어졌다가 한달새 1900선을 회복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앞으로도 증시가 상승세를 탈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주식 투자를 좀 했다는 사람은 "살면서 세번의 기회가 온다는데 이번이 그 기회"라는 우스갯소리도 한다. 제대로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으로서 지난달 주식이 쌀 때 우량주를 사들인 투자자들이 부러운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만 해도 어느 지역의 아파트를 언제 사야하는지가 재테크 주제였는데 지금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주식 투자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늘어난 게 맞다는 전제 하에 '칵테일파티 이론'대로 3, 4단계의 증시 활황기가 조만간 온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시장은 여전히 불안하다. 과거 증시 폭락에도 '장밋빛 전망' 일색이었던 증권사들이 보수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코스피 지수가 최저점을 찍은 후 지금까지 발간한 증권사 종목 리포트의 80% 이상이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코로나19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충격파가 어디까지 퍼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잘 버티고 있는 경제시스템이 어느 한 고리가 끊어지기 시작하면 연쇄붕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증시가 지난 한달간 보여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갈지에 대해 부정적이다. 단기적인 유동성 경색이 1차 주가 폭락을 불렀다면 기업 실적 악화가 2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코스피가 또다시 1400대로 추락하며 '더블유(W)' 모양으로 하락과 반등을 반복할 수 있다. 2000년과 2008년에도 증시가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듯 하다가 다시 폭락하는 거친 조정이 있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전례 없는 경험을 하면서 과거의 위기가 크게 다가오지 않을수도 있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통해 체득한 학습효과로, 저가매수의 기회로 삼겠다는 개인투자자의 의지를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지금 칵테일 파티장에 있다면 만취하지 말고 무사 귀가하기를 바란다.
 
이종용 증권데스크 yong@etomato.com
 
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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