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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포스코 물류 자회사 설립에 해운업계 반발하는 이유는? (영상)
입력 : 2020-05-20 오후 5:48:30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한국선주협회와 부산항만공사 등 55개 해운·항만·물류 단체와 기관들로 구성된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이하 한해총)가 지난 19일 합동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는 물류 자회사 설립 계획을 철회하고 상생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영상)
 
강무현 한해총 회장은 "정부가 ‘선박금융 후순위 투자’와 ‘선박 매각 후 재용선’ 등을 통해 1조2500억원 및 기간산업안정기금으로 40조원을 해운업에 지원키로 하고, 문재인 대통령도 ‘국적선박을 이용하는 화주기업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선주와 화주가 상생 발전하는 해운모델을 정착시켜 나가겠다’고 약속했는데, (포스코가 물류자회사 설립을 추진하는 건) 해운업 장기 불황 여파와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고려할 때 시기적으로도 매우 부적절한 처사이며, 상생 차원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태도"라고 비판했습니다.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상근부회장은 "잘하는 분야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더 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포스코가 지난 몇 년간 성장이 많이 적체됐는데, 2자 물류 업계에 투자할 자금을 전문분야에 투자해 세계적인 철강기업으로 거듭나는 게 바람직하고 물류는 물류전문가에 맡겨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해운물류업계에 있어 포스코는 연간 제철원료 8000만톤을 수입하고, 철제품 2000만톤을 수출하는 '큰손' 화주입니다. 해운·물류 전문 업체들인 3자 물류 업계의 중요한 고객인 셈인데, 포스코가 물류자회사를 설립해 2자 물류 업계에 진출하게 되면 그만큼 3자 물류 시장이 위축된다는 우려입니다. 실제로 LG판토스, 현대글로비스, 삼성SDS(물류부문) 등 굴지의 재벌기업들이 물류자회사를 설립해 운영한 지난 20년간 대기업물류자회사는 28배 성장한 반면, 3자물류시장 해운기업들의 성장은 1.8배에 그쳤다는 설명입니다. 
 
DHL과 FEDEX, 머스크라인 등 세계적인 물류기업은 3자물류로 성장했습니다. 정부도 3자물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물류정책기본법’에서 ‘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협의해 화주기업과 물류기업의 제3자물류 촉진을 위한 시책을 수립, 시행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관련 정책과 대책을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민영화하긴 했지만 국가기간산업으로 공공성이 강한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은 다른 대량 화주인 한전과 한국가스공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는 정부의 3자물류 육성정책과도 전면 배치된다는 주장입니다.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이 결국 해운업 진출로 귀결될 것이란 우려도 있습니다. 세계 교역품의 약 90%는 해상운송으로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대규모 화주'가 '경쟁 선주'가 될 경우, 업계 입장에선 기존에 운송을 주문하던 화물량이 줄어드는 데다, 계열사의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바탕으로 시장에 막강한 경쟁자가 등장하는 셈입니다. 
 
이런 우려 속 포스코는 지난 8일 이사회를 열고 물류 통합 법인 '포스코 글로벌 스마트 플랫폼(GSP)' 설립 건을 의결했습니다. 그동안 포스코와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각 계열사에서 개별적으로 담당하던 물류 업무를 통합법인에서 추진해 통합물류의 효율화와 전문화 시너지를 살려보겠다는 게 포스코의 설명입니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 및 그룹사에서 물류업무를 담당하던 임직원들을 한데 모아 일상적으로 하던 기존 업무를 더욱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도 재차 "해운업에 진출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럴 생각도 없다. 오해가 빨리 풀렸으면 좋겠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해운업계의 우려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포스코의 해운·물류업 진출 시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점도 중요한 이유입니다. 포스코는 1990년 대주상선(거양해운)을 설립했다 1995년 한진해운에 매각한 바 있고, 2009년에도 대우로지스틱스를 인수해 해운업 진출을 시도하다 해운업계 반발로 무산된 바 있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제3자물류시장을 형성해야 되는 시책이 법에 천명돼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 추진은) 우려가 된다. 3자물류는 2자물류를 하지 말라는 뜻이 있는데, 3자물류시장 위축도 우려가 되고 결국 마지막 단계는 수송부분으로 넘어갈 텐데 ‘장기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란 선사들의 입장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이런 논란은 해운업과 포스코의 부진한 실적과도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해운업계는 한진해운 파산사태 이후 무너진 국가해운 ‘재건’을 다짐하며 장기 불황 탈출을 다짐하던 참이었고, 포스코는 9분기 연속으로 ‘영업이익 1조’ 행진을 이어오다 지난해 4분기 ‘반토막 실적’을 보이며 위축돼왔기 때문입니다. 해운업과 철강업은 모두 이번 코로나 사태의 타격을 강하게 받은 업종이기도 합니다. 포스코가 위기 돌파를 위해 고심 끝에 내놓은 ‘자구안’이 순항을 준비하던 해운업계엔 본의 아니게 ‘찬물 끼얹기’가 된 셈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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