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비롯한 6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한 것에 미래통합당이 '보이콧'으로 대응하면서 21대 국회가 시작과 동시에 파행을 맞았다. 때문에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3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에 차질이 예상된다.
16일 미래통합당은 상임위원회가 강제 배정된 소속 의원 45명의 의원에 대한 상임위원 보임을 일괄 사임키로 결정했다. 김성원 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공지를 통해 "전날 진행된 상임위원 강제 임의 배정은 결코 묵과할 수 없다"며 이같은 조치 사실을 알렸다. 결국 민주당의 상임위 단독 구성에 반발하며 국회 일정을 보이콧한 것이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통합당 의원들을 임의로 배정한 상임위원회는 총 6곳으로 전날 민주당이 본회의에서 표결로 처리한 법제사법위원회·기획재정위원회·외교통일위원회·국방위원회·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보건복지위원회 등이다.
이에 통합당 내 초선부터 5선까지 24명의 의원은 강제 상임위 배정에 반발하며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했다. 이들은 21대 국회를 '식물국회'로 만든 책임을 국회의장과 민주당에 있다고 강력하게 항의하며 "상임위 강제배정도 취소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국회 정상화를 위해서는 결자해지 차원에서 박 의장이 상임위원장 선출도 취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통합당의 이같은 보이콧이 그 실효성을 보장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통합당이 상임위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민주당은 각 상임위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단독으로 안건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회 일정에 있어서도 민주당은 무리 없이 상임위원회를 가동해갈 수 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단독 원구성을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가 선회한 것도 지도부 공백 사태를 유발하고 있다.
민주당도 '파행 국회'가 녹록치는 않다. 우선 코로나19가 재확산 추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3차 추경의 처리가 시급하다. 민주당은 이날 6개 상임위 전체회의를 열고 입법·예산 활동에 들어갔다. 일하는 국회를 늦출 수 없다는 의지다.
35조 규모 3차 추경을 6월 내 처리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지만 상임위 구성이 완료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꾸려지지 않은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19일 본회의에서 18개 상임위 배정을 마무리한다고 해도 가합의안에 따라 예결위는 통합당 몫으로 남아있다. 박 의장도 상임위원장 비율을 11대 7로 하고 법사위와 예결위의 분리를 여야 협상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3차 추경의 처리가 늦어질 경우 위기 극복 타이밍이 늦어질 수 있는 만큼 민주당이 오는 19일 예결위원장도 강제로 구성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은 3차 추경을 위해서라도 오는 19일 상임위 구성을 마치겠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21대 일하는 국회가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출발했지만 6개 상임위 가동으로는 시급한 코로나 위기 대응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3차 추경 타이밍을 놓치지 않게 위원장이 선출된 상임위부터 추경심사를 시작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에서 예결위원장까지 가져가게 되면 통합당은 사실상 '원내 투쟁'외에는 영향력이 사라져, 실익을 챙겨야 한다는 현실론도 대두된다.
공수처의 7월 출범도 사실상 어려워졌다. 법사위원장을 가진 민주당은 공수처 출범을 위한 후속 입법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인사청문절차를 위한 국회법 개정 절차에 돌입하는 것이다.
걸림돌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이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장은 후보추천위원회가 2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그 중 1명을 지명,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한다. 그런데 공수처장 후보 추천 과정에서 야당 측 후보추천위원 2명이 이에 동의하지 않고 버티기에 돌입하면 민주당도 단독으로 밀어붙일 수가 없다. 공수처장의 경우 '공정성'이 핵심으로 작용하는 탓이다.
민주당이 일하는 국회를 앞세워 상임위원회 운영과 입법에 돌입하게 되면 2년 앞으로 다가온 대선도 부담이다. 21대 국회를 제1야당과의 협치없이 단독으로 국회를 운영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서다.
김성원 미래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 등 의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상임위 배정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국회의장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