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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수돗물 필터와 마스크
입력 : 2020-07-29 오전 6:00:00
2020년이 되면 만화 ‘우주의 원더키디’ 속 세상이 현실이 될 것만 같던 1990년대. 그 시절에 얘기하는 2020년은 별세상과도 같은 시기였다. 자동차가 하늘을 날아다니고, 걸어다니며 TV를 보는 유토피아 같은 얘기도 있었지만, 물이 오염돼 깨끗한 물을 사 먹고, 대기오염이 심해 산소 마스크를 각자 사서 코와 입에 갖다대야 한다는 예측도 있었다.
 
그리고 2020년 이미 그 시절 상상의 대부분은 현실화됐다. 물론 아직 자동차가 날진 못하지만 기술의 발달을 봐선 수년 안에 곧 날아다닐 것 같다. TV도 보고 사진도 찍고 영상통화까지 하는 스마트폰의 발전속도는 그 시절 상상하던 수준을 이미 뛰어넘었다.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 것처럼, 지금 많은 가정집엔 화장실과 주방 수전에 필터를 설치해 수돗물을 필터로 걸러낸 후에야 사용하고 있다. 1990년대처럼 보리차 결명자를 끓이는 것만으론, 얼음까지 나온다는 정수기를 사용하는 것만으론 물을 믿고 마실 수 없기 때문이다. 인천의 어느 식당에선, 어느 미용실에선 아예 생수를 사용하니 안심하고 방문해달라고 붙여놨단다.
 
2년 연속이다. 작년엔 붉은 수돗물, 올해는 수돗물 유충이다. 작년에도 수도권 일부 지역 오래된 수도관에 남아있던 녹이 수돗물에 섞이면서 붉은 수돗물이 발생해 상당기간 단수되며 시민들에게 큰 피해를 낳았다. 인천에서만 63만5000명이 적수 피해를 봤고, 피해 보상비로만 331억원의 세금을 지출하고 부랴부랴 매뉴얼을 보강하고 시설을 정비했다.
 
하지만, 올해에도 수돗물 유충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관리 부실을 지적하고 있다. 외부에서 유충이 침투할만한 틈이 존재하거나 정수 과정에서 제때 걸러지지 못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환경부가 전국 정수장 49곳을 긴급 점검했더니 모두 12곳에서 부실 관리 실태가 드러났다. 방충망이 아예 설치돼 있지 않거나 찢어진 곳도 있었고 창문이 파손된 정수장도 확인됐다.
 
물론 같은 수도권이라도 지역마다 차이가 있어 가정집에서 발견한 유충 중 일부는 수돗물이 원인아 아닌 경우도 있다. 이를 감암해도 2년 연속 생긴 수돗물 문제로 수돗물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가 무너진 댓가는 크다. 인천지역에선 샤워기 필터 등 수도용품 매출이 1000% 가까이 늘었다. 생수를 무려 2000여병 넘게 대량 주문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미 공기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외국에선 이미 시중에 휴대용 산소캔을 판매하고 있다. 우리도 몇 년 전부터는 미세먼지로 인해 푸른 하늘을 보기 어려운 날들이 많아지고 있다. 올해 코로나19가 아니였더라도 상당한 날들을 마스크 없인 외출해야 했을테다. 코로나19가 일상과 함께하면서 마스크는 어느덧 생활 필수품이 됐다.
 
올 봄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사이 미세먼지가 예년에 비해 줄어든 현상은 어찌보면 씁쓸한 현실이다. 에베레스트산도, 파리의 에펠탑도 회색 먼지 속에 숨어있다가 오랜만에 얼굴을 드러냈다. 슬프게도 미세먼지와 코로나19도 자연현상이 아니라 바로 인간이 불러온 재앙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이 생산하고, 너무 많이 소비한다.
 
물과 공기, 인간이 생존하는데 없어선 안 될 것들이다. 마스크없인 외출하지 못하고 필터없인 샤워하지 못한다면 얼마나 슬픈 현실인가. 더이상 물도 공기도 공짜로 주어지진 않는다. 상수도에서 자꾸 문제가 생기는 건 결국 도시 인프라를 유지하는데 갈수록 많은 비용이 든다는 방증이다. 지금이라도 우리의 삶을 점검하고 자연과 함께 지내는 법, 아니 덜 피해를 끼치는 법이라도 배워야 한다.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는 같이 오는 법이다.
박용준 공동체데스크
박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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