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금융데이터를 가공해 유통·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인 금융데이터거래소가 출범 후 석달째 운영 중이지만 은행들의 참여는 아직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전환을 통해 비대면 영업을 강화하고 마이데이터 사업에 속도를 내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기준 금융데이터거래소에 등록된 전체 401개의 금융데이터에서 은행권 데이터는 32개에 불과했다. 5대 시중은행 가운데 데이터 등록 건수는 KB국민은행이 22건으로 가장 많았고 우리은행이 6개, 신한은행이 4개 금융데이터를 등록했다.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은 데이터 등록 건수가 없었다. 그 외 경남은행과 부산은행, DGB대구은행, 전북은행, 광주은행 등 지방은행들도 거래소 참여기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금융데이터를 등록하지는 않았다.
금융데이터거래소는 정부의 데이터 경제 활성화 정책에 따라 지난 5월11일 출범했다. 은행과 증권사, 카드사, 보험사 등 기존 금융권뿐 아니라 신용평가사, 핀테크 기업들이 참여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핀테크나 스타트업 등 실질적인 데이터 수요자들은 당장 활용 가능한 일반 고객들의 소비패턴이나 실생활 관련 데이터들을 선호한다"며 "금융데이터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런 유형의 데이터들이 가공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보다 카드사들이 고객 결제정보 등을 가공한 데이터들을 보다 활발히 내놓고 있는 이유다.
데이터거래소에서 카드업종 관련 데이터 건수는 191건으로 전체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금융지주 계열사인 신한카드와 국민카드도 각각 69개, 59개의 데이터를 등록했다. 이들 데이터에는 결제 건수를 반영한 카드 소비 동향이나 지역별 카드 이용 현황, 요식업종별 가맹점 정보 등이 포함돼 있다. 반면 국민은행의 22개 데이터 대부분은 부동산시장동향과 주택가격통계 보고서 내용에 국한된 상황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당장 금융데이터 거래를 위해 힘쓰기보다 데이터 활용사례들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데이터 가공과 거래도 증가할 것으로 본다"며 "특히 마이데이터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종업종 간 데이터 결합과 서비스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데이터거래소 출범식이 지난 5월11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서울 호텔에서 열렸다. 사진/뉴시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