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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선 비핵화 재시동)"성급한 이벤트보다 조용한 대화 추동해야"
<뉴스토마토>대북전문가 5인 인터뷰
입력 : 2020-09-20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꽉 막혀 있는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하기 위해서는 정상회담과 같은 이벤트적 이슈보다는 민간지원의 물꼬를 트면서 대화의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북측에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한 당위성을 가질 수 있게 세심한 외교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0일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가진 대북전문가들은 이산가족상봉이나 대북인도적 식량 지원과 같은 민간차원의 교류부터 시작하되 오는 11월 미 대선 이후 본격적인 대화 재개를 모색하는 접근법이 현재로서는 효과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북한은 위기…지금이 기회라 생각하는 건 남측의 시각"
 
우선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북한이 경제위기·코로나19·수해와 태풍 피해를 겪는 지금이 남북협력의 기회'라는 일각의 기대는 "철저히 남측만의 시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남 교수는 "북은 이미 그렇게 70년을 살아왔다"며 "당장 정권이 망하는 것도 아니고 코로나에 수해로 그들이 급하다고 생각는 것은 우리의 관점 일 뿐"이라고 꼬집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연구소장은 "북 스스로 대응해보겠다는 의지가 강한 상황에서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당국 차원에서 만들어내는 것은 간단치 않다"고 봤다. 김 소장은 대신 민간협력에 무게를 뒀다. 북측이 일부 민간지원을 거절한 것은 과도한 언론보도 등 '남측이 생색내는 쪽으로 보이는' 지원을 원치 않기 때문이지, 유엔세계식량계획(WFP)·유니세프 등 국제기구나 대북인도적지원단체를 통한 '조용한 지원'의 길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봤다.     
 
"수혜적 사고보단 보편적 협력의 틀이 중요"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이 자력으로 위기를 극복하려는 의지에 주목했다. 김 교수는 "'남한이 더 잘 살아서 북을 돕는다'는 식의 수혜적·양자적 사고를 벗어야 한다"며 "선진국이라도 피해갈 수 없는 코로나와 자연재해 같은 전 인류적 위기 앞에서는 보편적인 국제사회 협력의 틀에 북이 들어올 수 있도록 대북정책의 틀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보와 관련된 '제재의 틀'은 유지하되, 전 인류가 합심해야 극복할 수 있는 보편적 위기 상황에선 백신개발 등 종식을 위한 국제협력의 혜택을 북한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수해현장을 찾아 복구 상황을 현지지도 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뉴시스(노동신문 갈무리)
 
특히 전문가들은 현재 거론되는 '옥토버 서프라이즈(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깜짝쇼)'처럼 미국의 대선 전 '강력한 한방'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는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10월 백악관에 김여정이 나타나면 이벤트가 되겠지만 현 시점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중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만큼 북미관계 역시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홍 연구위원은 이어 "정부가 뭔가를 해보려고 해도 김정은 위원장 생각이 '남한하고 해봐야 뭐 아무것도 안된다'는 데 머물러 있다"며 "(상황변화가 없는 한)북한은 우리와의 대화 필요성을 못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 문제가 관리의 대상일 뿐 당장 외교적 성과가 시급한 사안으로는 여기지 않는다"며 "정부로서는 일단 미 대선 이후로 대북정책 전략을 꾸리는 게 현실 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최 부원장은 "대화 재개에 급한 나머지 너무 북으로 기우는 행보를 정부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며 "그럴 경우 협상의 우위를 북에 내주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2010년 천안함 사건으로 정부가 내린 5.24 조치 이후 민간 차원에서 최초로 이뤄진 대북지원. 2015년 4월28일 당시 에이스경암은 신규 온실 건설자재와 영농기자재, 복합비료 등 컨테이너 22대 분량의 대북물자를 싣고 경기도 파주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를 넘었다. 사진/뉴시스
 
"남북관계 정쟁 활용은 진전 가로막아"
 
전문가들은 국내 보수와 진보 진영 간 갈등도 관계 진전을 가로막는 요소라고 봤다. 김동엽 교수는 "남북관계가 잘 안 되는 데에는 '남남갈등' 탓도 있다"며 "남북관계, 남남갈등, 미중관계 3축이 함께 돌 수 없는 '트릴레마'"라고 지적했다. 홍현익 연구위원도 "야당은 정치적 이유로 정부를 비난하기 위해 남북관계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지는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남북관계를 정부여당의 성과로만 보는 시각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그러면서 대북 민간지원의 승인권한을 가진 통일부의 관료주의적 접근 방식도 문제삼았다. 홍 연구위원은 "때로는 통일부의 과도한 승인 권한이 민간단체의 남북협력을 가로막기도 한다"며 "정부 관료들도 권한 행사보다는 지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정부여당이 집권 임기내 '한방'을 만들려는 성과주의에 집착해서는 안되며, 우선은 민간 차원의 교류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지적이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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