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뉴질랜드 외교관 성 비위 등 재외공관 기강해이 문제가 국격 실추로 번지는 가운데, 외교부는 오히려 공관장 성과평가를 더 후하게 주는 방향으로 평가기준을 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재외공관장 성과평가 결과'를 보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10%로 유지되던 '미흡·매우 미흡' 등급인 C등급의 비율이 지난해 5%로 반이 줄었다.
외교부는 '재외공관장 통합성과평가 지침'에 따라 매년 재외공관장의 외교실적 등 성과를 상대평가 하고 있다. 매우 우수등급인 S등급, 우수등급 A등급, 보통등급 B등급, 미흡·매우 등급 C등급을 비율로 정해놓고 공관장의 실적과 성과를 등급에 맞춰 분류하는 방식이다.
재외공관장 성과연봉은 보통 등급인 B등급 이상에만 지급한다. C등급의 비율을 줄인다는 것은 성과연봉수령 대상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의미다. 2018년까지는 전체 공관장의 90%가 성과연봉을 받았지만, 작년에는 수령 대상이 95%까지 늘어난 것이다.
사진/뉴시스
이런 기준 조정은 특히 재외공관 기강해이 문제가 끊임 없이 불거지던 중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8~2019년에는 대사관 직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김문환 전 주 에티오피아 대사의 재판이 진행 중이었고, 결국 지난해 7월 징역 1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최근 논란이 된 주 뉴질랜드 대사관 사건의 경우도 외교부는 2018년 초 감사를 진행해 '감봉 1개월'의 경징계로 사건을 마무리하려 했지만 피해자가 그해 11월 국가인원위원회에 진정을 제기, 외교부의 대처가 부적절하다고 호소해 사건 장기화를 예고했다. '성과급 잔치'를 하기엔 논란의 불씨가 남아 있었던 것이다.
결국 외교부가 재외공관 기강해이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고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을 하는 데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외공관 근무 중 외교관의 비위 문제는 심심치 않게 제기돼 왔다.
특히 지난 7월 현지 보도를 통해 알려진 이번 뉴질랜드 대사관 사건에 앞서 2016년 불거진 주 칠레 대사관 외교관의 미성년자 성추행 사건 역시 현지 언론에서 대서특필 되며 국제적 망신을 산 바 있다. 당시 칠레 한 고발프로그램은 몰래카메라 형식을 통해 한국인 중년 남성인 해당 외교관이 한류 팬인 현지 10대 소녀들을 노골적으로 희롱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도해 현지에서 큰 논란이 됐었다.
태 의원은 "외교부의 처사는 비상식적이고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라며 "제 식구 감싸기라는 논란을 피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외교부가 재외공관에 대한 관리와 평가의 잣대를 스스로 낮추면 고질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재외공관장의 비위와 비리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어렵다"며 "상대평가가 절대평가로 개선돼 비위, 비리자에 대한 평가도 냉정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