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지난 2012년 이명박 정부가 '온라인 등기우편'을 표방하며 개발·보급한 샵(#)메일 서비스의 이용량이 당초 수요예측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샵메일 서비스를 구축한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현재 서비스를 운영하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시스템 구축 및 운영비, 인건비 등으로 지난 2015년부터 168억원 이상을 투입하고 있지만, 샵메일 이용자는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샵메일 서비스 1, 2차 수요예측치 및 실제 사용치. 자료/더불어민주당 홍정민 의원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 홍정민 의원은 4일 과기정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샵메일 플랫폼을 통해 유통된 전자문서는 2018년 295만통을 정점으로 2019년 183만통, 올해 상반기 78만통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샵메일은 공인된 전자주소를 이용해 전자문서를 주고받는 공인 전자문서 유통 플랫폼이다. 메일의 송신·수신·열림 상태 확인·송수신 내용증명 등을 기술적·법적으로 보장해 종이로 유통됐던 서류를 전자문서로 대체하기 위해 개발됐다. NIPA가 관리해오던 샵메일 관련 시스템은 지난 2016년 KISA가 이관받아 관리하고 있다. 현재 민간의 3개 업체가 샵메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샵메일은 개발 추진 당시부터 독자규격을 고집해 기존의 범용 이메일과 호환되지 않아 '갈라파고스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샵메일 서비스를 관리해온 NIPA은 연구용역을 통해 사업 첫해인 지난 2012년에는 2억3600만건, 사업 5년차인 2016년에는 108억통의 전자문서가 샵메일로 유통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실제 샵메일 플랫폼을 통해 유통된 전자문서는 2012년 1만4784건, 2015년 131만7524건으로 각각 예측치의 0.00063%, 0.00157%에 불과했다.
NIPA는 2015년 2차 샵메일 수요조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샵메일은 1차 수요예측치보다 대폭 낮아진 2차 수요예측치도 채우지 못하고 있었다. 1차 용역에서 예측한 108억5400만통의 0.032%인 349만4000통이 유통될 것이라고 수요를 조정했다. 하지만 2016년 실제 샵메일 사용량은 약 230만통으로 2차 수요예측의 66%에 불과했다. 이는 1차 수요예측의 0.00212%다. 이후 2차 수요예측치 대비 샵메일 유통량은 2017년 23.9%, 2018년 5.1%, 2019년 1%로 급감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수요예측치의 0.14%만 유통됐다.
사용자 유형별 샵메일 사용 현황. 자료/더불어민주당 홍정민 의원실
민간영역에서의 샵메일 이용실적은 특히 저조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발송된 전체 샵메일 78만1306통 중 정부 및 공공기관이 발송한 샵메일이 71만2924건으로 전체의 91.2%였고, 기업은 2만8266건으로 8.7%에 불과했다.
샵메일 서비스 가입·탈퇴 현황. 자료/더불어민주당 홍정민 의원실
가입자 이탈도 가속화되고 있다. 2016년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 샵메일 탈퇴 건수(19만5420건)는 가입 건수(12만3503건)보다 7만2000여 건 많았다. 올해 상반기 기준 샵메일 서비스에 남아있는 계정은 총 10만7625개다.
개선되지 않는 사용률에 과기정통부는 "전자문서 유통 플랫폼을 샵메일에서 모바일 등 신규플랫폼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며 사실상 샵메일 서비스를 종료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홍 의원은 "과기정통부는 샵메일 서비스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향후 유사한 사업 추진과정에서 사용자의 편의성과 기존 인터넷서비스와의 호환성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