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정부가 개천절 집회에 이어 한글날 집회까지 불가 방침을 밝히면서 야권 내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개천절 집회 봉쇄를 '코로나 계엄령'·'재인 산성' 등으로 규정하며 "(문재인 대통령) 한글날에는 직접 나와 국민의 말씀을 듣고 본인의 생각을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5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광화문에 나와 시민들과 기탄없이 대화하겠다고 대선 과정에서 말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왜 문재인 대통령은 (광화문 광장에서) 국민의 말씀을 듣고 잘못된 걸 고치려 하지 않고, 경찰을 앞세워 철통같은 산성을 쌓는 것인가"라며 "개천절은 단군왕검이 고조선을 세운 걸 기념하는 국경일인데, 태극기를 들고 있다고 검문을 당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당은 집회에 참여하지 않았고, 찬성도 하지 않지만, 국민이 가진 헌법상 권리를 침해하는 건 단호히 비판하고 반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일부 보수단체가 예고하고 있는 한글날 집회에 대해서도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전날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모두발언에서 "집회를 준비 중인 단체는 공동체 안전을 위해 불법 집회 시도를 즉각 중단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집회 금지에 대해 "국민의 생명을 위한 고육지책"이라며 방역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있다.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3년간 청와대 앞 집회가 그치지 않은 날이 없었고, 문재인 정부는 지금껏 어느 목소리도 차단한 적이 없다. 그러나 지금은 코로나19 위기"라고 강조했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가 광우병 소고기 수입 반대를 위한 촛불집회 차단을 위해 설치했던 차벽과 유사하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명박산성은 국민생명 위협, 재인산성은 국민생명 지킴이"라고 반박했다.
코로나19 전파 우려로 일부 보수단체의 개천절 집회가 전면 금지된 3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가 경찰 봉쇄돼 있다. 경찰은 이날 서울 도심에 검문소 90개소를 설치하고 800여명의 경력을 동원했다. 21개 기동대 등 부대 인력도 배치됐다. 사진/뉴시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