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채용규정 위반했어도 실질허가 있었다면 요양급여 환수 부당"
2022-10-10 12:08:19 2022-10-10 12:08:19
[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직원을 채용 목적과 다르게 근무시키면서 요양급여를 추가로 지급받았더라도 행정당국의 실질적 허가가 있었다면 기존에 지급한 요양급여를 환수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강동혁)는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장기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2019년 6월 보훈공단을 상대로 장기요양급여 관련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보훈요양시설 두 곳이 급여수급 관련 법규에 어긋나는 업무를 수행한 사실을 발견했다.
 
A요양원의 경우 일부 인원을 조리원으로 신고했으나 실제로는 급식위탁업체 또는 회계 총괄업무를 담당한 사례가 적발됐다. 근무 이력이 없거나 장기요양급여 신청을 위해 충족해야 하는 근무 기준을 미달한 사례도 있었다.
 
B센터의 경우엔 사회복지사로 신고했으나 실제로는 사무업무를 겸직하고, 운전원으로 신고했을 땐 요양보호사 보조업무를 수행하거나 조리원으로 신고하고 사무업무를 수행하는 등의 사례가 적발됐다. 이에 건보공단은 보훈공단을 상대로 총 4억9000만원 상당의 장기요양급여비용 환수 처분을 내렸다. 
 
보훈공단은 건보공단에 요양원 조리원들이 실제 그 업무를 수행했고, 용역계약을 체결해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또 건보공단, 보건복지부 측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인력배치 기준을 위반한 적이 없다는 내용을 확인했다고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결국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두 시설이 관련 법규를 위반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복지부와 건보공단이 신뢰보호 원칙을 중대하게 어겨 환수처분이 위법하다고 봤다.
 
건보공단은 위탁업체 소속 조리원을 직접 고용 조리원으로 신고한 것이 규정 위반이라는 근거로 환수 처분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처분 이전 복지부와 건보공단에서 '위탁업체 조리원을 배치한 경우에도 급여를 가산받을 수 있다'는 의견을 보훈공단에 표명했던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노인장기요양법령에 부합하게 비용을 청구하기 위해 피고 및 복지부와 사전에 협의했고, 협의 내용에 따라 가산금을 지급받았다"며 "가산금을 환수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이라는 공익은 미미하나 이로 인해 침해되는 원고의 신뢰이익이 지나치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 사건 처분에는 규정 위반 부분,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한 부분이 혼재돼 있고,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적법하게 환수돼야 할 정당한 금액을 산출할 수 없다"며 "해당 처분은 전부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사진=연합뉴스)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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