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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명분 앞선 대부정책, 부작용 경계해야
2021-03-03 06:00:00 2021-03-03 06:00:00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앞두고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1·2금융에서 연쇄적으로 대출 심사 문턱을 높이고 있어서다. 시중은행에서 저축은행으로, 저축은행에서 대부업으로 차주들이 연쇄적으로 대출처를 옮기는 양상이다.
 
무엇보다 제도권 금융의 최후의 보루인 대부업계에서 이상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최고금리 24%에 육박하는 대출이 대부분인 업계서 20% 미만 금리로 취급된 대출 사례가 속속 등장하면서다. 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신용대출금리를 공시한 21개 대부업체 중 3곳에서 20% 미만 신규대출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애니원캐피탈대부업에선 9.9%로 대출이 성사됐다. 법정 최고금리 절반에도 못 미친다. 2금융권 상위 고객에 적용되는 금리와도 같은 수준이다. 유노스프레스티지대부에서는 15~20% 미만 금리 대출 비중이 11%나 차지했다. 최저 금리가 적용된 경우는 17.9%였다.
 
업계에선 이 같은 사례에 대해 저축은행 규제에 막힌 차주가 대부업으로 넘어온 경우로 판단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높지만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로 한도가 부족하거나 대출 심사가 거부되자 대부업을 찾은 것이다. DSR은 차입자의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나타낸 지표로, 소득이 부족하면 대출이 어려워진다. 대부업계에선 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연체율도 대부업에서만 유독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성국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상위 20개 대부업체를 기준으로 지난해 6월말 연체율 산정한 결과 8%를 기록했다. 전년 말 대비 0.6%포인트 상승했다. 업계 안팎에선 대부업의 경우 취약 개인채무자의 원금 상환유예가 적용되지 않아 타 업권과 달리 연체율이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자금난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문제는 대부업 이용자는 보호 대상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오는 7월 도입되는 법정 최고금리 규제가 정점을 찍을 전망이다. 수익 악화를 우려한 대부업체에서 대출 중단이 잇따를 것이란 우려가 크다. 이미 대출잔액은 지속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기준 20개 주요 대부업체의 대출잔액은 44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0억원 줄었다.
 
고금리 대출 시장을 중금리 위주로 재편한다는 명분은 타당하다. 다만 올해 코로나19가 종결될지도 확신할 수 없는 실정이다.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명분만 앞세울 경우 정책 수혜자보다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 대부업 이용자가 불법 사금융에 손 뻗지 않도록 융통성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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